[사설] 저급한 언어, 저급한 정치… 아이들 볼까 무서운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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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청문회 첫날인 지난 24일 선서를 마친 이 후보자를 불러 세워 저렇게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말을 청문회장에서 했다.
조폭 행동대장이 했다면 어울렸을 말로 문을 연 청문회는 조폭의 우격다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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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청문회 첫날인 지난 24일 선서를 마친 이 후보자를 불러 세워 저렇게 말했다. 높임말 표현을 섞었지만, 협박의 언어였다. ‘나한테 대들면 다칠 테니 알아서 기라’는, 다시 말해 ‘까불지 말라’는 뜻임을 모를 수 없었다. 최 위원장은 이 말을 청문회장에서 했다. 의원들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전국에 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귓속말인양 했지만 다 들리게 해서 우리가 지금 그 문장을 알고 있다.
조폭 행동대장이 했다면 어울렸을 말로 문을 연 청문회는 조폭의 우격다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로 채워졌다. ‘탄핵’부터 예고하고 시작하더니, 통상 하루에 끝나던 청문회를 사흘이나 계속했고,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아 대기하던 공무원이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후보자가 법인카드를 썼다는 빵집에까지 현장검증을 한다면서 찾아갔다. 청문회 이슈라고 거론된 숱한 내용 중 방송통신 업무와 관련된 사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국혁신당 의원은 방통위원장 자격을 검증한다면서 후보자의 50년 전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민생도 경제도 정의를 위한 것도 아님을, 공영방송을 자기편에 두려는 의도임을 모르는 이가 없지만 괘념치 않았다. 국민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니 막말이 속출했다. 최 위원장은 후보자가 답변을 위해 A4 용지를 꺼내 들자 “피켓 투쟁 하느냐”며 비아냥댔고,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모욕성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급기야 국민의힘이 그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사유로 ‘갑질과 막말’을 들었다. 국회 의사진행에 ‘갑질’이란 표현이 동원되기는 처음이지 싶다. 그만큼 저급했음을 뜻한다.
정쟁이야 늘 하던 거지만, 정쟁의 수준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현실은 새삼 절망스럽다. 세간에서 최 위원장과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갑질 경쟁’을 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 위원장이 증인들을 초등학생 벌주듯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그의 유별난 ‘빌런’ 기질에서 비롯된 줄 알았는데, 최 위원장이 질세라 가세하는 통에 이런 행태가 22대 국회의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위원장들이 이렇게 국회의 격을 낮추자 박선원 민주당 의원처럼 본회의장에서 대놓고 욕설을 내뱉는 이까지 등장했다. 저급한 정치 탓에 행여 아이들이 볼까 무서운 국회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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