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티몬과 위메프가 기대왔던 현금흐름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규모를 의미한다. 재고와 매출채권 금액의 합에서 매입채무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재고가 100억원, 회수해야 하는 매출채권이 50억원, 지급해야 하는 매입채무가 30억원이라면, 100+50-30으로 계산된 120억원이 운전자본이 된다.
이 운전자본의 변동을 계산하는 것이 ‘순운전자본’(Net Working Capital)인데, 이 금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의 현금이 재고나 매출채권으로 잠긴다는 의미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매출 규모가 커지면, 이 순운전자본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적으로 이익이 나는 회사들은, 잠기는 현금을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로 충당하며 영업을 지속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업종에서는 반대로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순운전자본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재고 자체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고 부담을 직접 지지 않고 판매 대행만 하면서 매출을 일으키는 소매유통업·여행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용카드로 결제된 판매 대금은 3일에서 5일 이내에 회수되지만, 판매 대금은 판매자에게 몇 달 뒤에 결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금이 회사에 쌓이게 된다.
이런 경우를 ‘부(負)의 순운전자본’이라고 부른다. 특히 구매자가 실제 해당 상품을 즉시 사용하지 않아 매입채무의 정산을 더 늦게 해줄 수도 있는 항공권·여행상품·상품권 등은 저가 판매를 통해 단기에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용이한 수단이 되어왔다.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이른바 ‘상품권깡’ 등의 용어가 버젓이 통용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과거 G마켓의 성공을 통해 이런 ‘부의 순운전자본’ 효과를 충분히 경험했던 큐텐의 경영진들이, 위메프·티몬·AK몰·인터파크쇼핑 등 적자 온라인쇼핑몰을 연달아 인수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무자본으로 지분 교환을 통해 그런 쇼핑몰들을 인수한 후 적자를 감내하며 저가 판매를 통해 매출 규모를 키우기만 하면, 현금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늘어난 매출을 기반으로 물류 자회사 큐텐익스프레스의 실적을 끌어올려 나스닥에 상장시켜 일거에 안정적인 자본 구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런 계획이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흑자 기업으로 변신한 쿠팡 역시 비전펀드에서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기 전까지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부의 순운전자본 효과로 상쇄하며 성장에 몰두했었기 때문이다. 그간 자본 확충의 기회가 없었던 티몬과 위메프의 몰락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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