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는 졌는데…베네수엘라 마두로 ‘3선 성공’ 선언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결과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이 3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권은 개표 결과에 반발하면서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고 차베스 이후 25년째 ‘좌파 포퓰리즘’의 수렁에 갇혀 있는 베네수엘라 정국이 또 한번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엘비스 아모로소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0시10분쯤 “80%가량 개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당선을 선포했다. ‘민주야권 연합’ 소속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5) 후보는 44.2%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마두로는 불법 관권선거 논란을 의식한 듯 베네수엘라 선거 시스템을 극찬하며 “국민은 평화와 안정, 법치를 택했으며 나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까지다.
야권은 즉각 “진짜 승자는 우리”라고 선언했다. 우루티아 후보는 “국민과 전 세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복수의 서방 여론조사기관은 선거 과정에서 줄곧 우루티아가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미국 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우루티아는 65%의 예상 득표율로, 마두로(31%)보다 2배 넘게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방 언론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10여 년 전 도입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개표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선 유권자가 투표 기계에서 후보를 선택한 뒤 인쇄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게 돼 있다. 전자투표 결과는 선관위에 곧장 전송된다. 문제는 선관위가 야당 측 인사들이 투표용지를 검증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에도 이 같은 부정선거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다.
선거 전에도 부정선거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마두로는 유력한 야권 후보였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7)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급히 외교관 출신인 우루티아로 후보를 교체했다. 게다가 그는 투표 전 “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며 불복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향후 베네수엘라 정국은 안갯속이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거나, 2018년 대선처럼 야권 인사가 대통령을 칭해 ‘한 지붕 두 명의 대통령’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당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하면서 한때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2명이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당국의 발표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소망이나 투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중국 외교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순조롭게 선거에서 이겨 연임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마두로는 전임 우고 차베스의 사망으로 2013년 집권한 이후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인 ‘차비스모’(차베스주의)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제공,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기조를 강화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물가상승률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사회 시스템은 붕괴했다. 경제난으로 지난 10년간 약 29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인구 가운데 4분의 1인 780만 명이 해외로 탈출했다는 공식 조사 결과도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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