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사재출연 의사 7시간 뒤…"못 갚겠다" 기습 회생신청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가 서울회생법원에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 신청을 “최악의 사태로 상정,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25일 류화현 위메프 대표)고 밝힌 지 나흘 만에 기습적으로 법원에 손을 내민 것이다.
기업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기업을 법원이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법원이 회생 신청 접수 후 일주일 안에 내리는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에 따라 판매자 미정산금 상환은 중단된다. 회생 신청 회사의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채권은 물론 상거래채권의 상환도 묶이기 때문이다. 보전처분은 임금·조세 등을 제외한 일체의 재산 처분을 중지하며, 포괄적 금지명령은 모든 채권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을 금지한다.
이후 통상 신청 한 달 이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개시가 결정되면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또한 채무 일부 탕감을 포함한 최종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전액 정산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회생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을 신청한다면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진다.
다만 개별 소비자의 환불 피해 보상은 회생과는 별도로 이뤄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티몬이나 위메프는 통신중개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불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직접 법률관계가 성립하는 판매업자가 부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신용카드 거래사에 결제 취소를 요청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원 차원의 구제 방안도 검토 중인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티몬과 위메프 측은 회생 절차 과정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도 신청한다고도 밝혔다.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티몬 측은 “바로 강제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생 신청은 구영배 큐텐 회장이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는 사과 입장문(오전 9시쯤)을 낸 지 7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구 회장은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 7일 이후 22일 만인 이날 “피해를 입으신 고객께 하루빨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티몬 측은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회생 신청 이유를 밝혔다.
구 회장의 지분 매각 발표와 ‘기습 회생 신청’이 같은 날 이뤄지며 소비자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통상 기업회생은 경영권이 보장되는 효과를 가진 반면, 채권자의 강제 집행 등 권리가 제한된다. 정부가 이날 추산한 두 회사의 판매자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인데, 이는 대부분 지난 5월 판매분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6~7월 판매대금까지 합치면 미정산금이 5000억원이 넘고, 다른 계열사를 더할 경우 경우 최대 피해가 1조원 이상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조계에서도 회생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편 법적 해결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생 신청은 유동성을 확보해 적정 수준으로나마 빚을 갚겠다는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이는 티몬과 위메프의 누적 손실이 각각 1조2644억원(2022년 말), 7559억원(2023년 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모회사 큐텐의 누적 손실액은 4300억원 수준이다.
구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도 회생 신청과 겹치며 진정성에 의구심이 가는 상황이다.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재로 변제하겠다는 건 마치 ‘회장 돈으로 빚을 갚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회생 절차가 예정됐다면 혼란만 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 회장의 사재가 “회생 절차 중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이거나, 변제하지 않으면 채권자 업체가 영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채권을 법원 허가를 받아 변제하는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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