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업회생 신청한 티메프…승인시 판매대금 당분간 묶여
티몬ㆍ위메프가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소비자 환불과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자력으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대규모 환불 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으로 자체적으로 재정 상황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날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이 접수되면 심문 기일을 열어 신청서를 검토한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통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
두 회사는 이날 기업회생 신청 후 입장문을 통해 "한 가지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발생, 확산시키는 현재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 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부득이하게 회생 개시 신청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산 지연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자 여러 조치를 했으나 계속되는 언론 보도와 이에 따른 거래 중단 및 구매, 판매 회원의 이탈은 점점 가속했고 그 여파로 현금 흐름 또한 급격히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자구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두 회사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그로부터 창출되는 수익과 현금 흐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채권자는 보통 절차 진행 과정에서 보전 처분 신청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신청한다. 재산 보전 처분이 내려지면 임금ㆍ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법정 관리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이 명령은 재판부가 신청 단계에서도 내릴 수 있다.
만약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전에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린다면 판매자들에 지급해야 할 돈(채권)은 묶인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채권자들의 계속된 채무 강제 집행으로 회생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서 “모든 사건에서 명령이 개시 전에 나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회생법원에 근무했던 한 판사는 “통상 신청 접수후 1~2일 내로 포괄적금지명령이 나오고, 대체로 명령이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회생 절차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티몬과 위메프는 "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채권자인 판매회원들과 소비자인 구매회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며 "그 과정에서 뼈를 깎는 자구 방안을 수립, 실행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회생제도 내에서 운영 중인 신(新)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프로그램)을 신청해 바로 강제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기존 방식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지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며 모든 전사적 역량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 티몬 위메프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제출받고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은 후 회생계획안이 인가된다. 회생절차 종결까지는 대체로 1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채권자 동의를 받기 위해 시간이 추가로 연장되면 1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는 대신 지급불능, 채무초과 등 파산 원인이 채무자에게 있고 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파산 선고를 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채권자는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6만여곳, 고객 환불을 정산해 주기로 한 카드사ㆍPG사ㆍ페이사 등이다. 정부는 두 회사의 판매자 미정산 금액을 21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5월 기준 미정산 금액이라서다. 6,7월 미정산 규모가 더해지면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티몬 입점 업체 관계자는 "기업회생 신청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면서도 "구영배 대표가 사과와 자금 마련 입장을 내놓은 날 뒤통수를 친 것 같아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내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회생 절차는 이날 오후에 신청했다.
장주영ㆍ이수정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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