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최연소 국가대표’ 반효진, 韓 100번째·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꼬박 반세기 가까이 걸렸다. 마침내 대한민국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2024 파리올림픽의 최연소 국가대표인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17·대구체고 2학년)이 새 역사를 썼다.
반효진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10m 공기소총 여자 결선에서 황위팅(18·중국)을 연장전인 슛오프에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4발을 모두 쏜 시점에서 황위팅과 같은 251.8점(올림픽 결선 신기록)을 기록해 승부는 단 한 발로 운명을 가르는 슛오프로 향했고, 여기에서 10.4점을 적중해 10.3점을 쏜 황위팅을 꺾고 정상을 밟았다.
침착한 얼굴로 결선을 치른 반효진은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에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자신의 장비를 다 정리한 뒤 소녀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948년 런던 대회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양정모(71)가 레슬링 자유형 62㎏급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모두 9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100번째 골드까지 단 4개가 남은 상황에서 펜싱 오상욱(28)과 사격 오예진(19)이 차례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여자양궁이 단체전 10연패를 조준했고, 2007년생으로 아직 고등학생인 반효진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반효진은 한국의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도 새로 썼다. 윤영숙(53)이 1988 서울올림픽에서 만 17세21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땄는데 반효진이 만 16세10개월18일로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파리올림픽의 최고 스타가 된 반효진은 총을 잡은 지 이제 막 3년이 된 신출내기다. 2021년 7월 당시 함께 태권도장을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사격이란 종목을 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총을 잡았다가 두 달 뒤 열린 대구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며 아예 엘리트 사격선수가 됐다. 반효진의 어머니 이정선 씨는 이날 통화에서 “막내딸이 느닷없이 사격을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런데 뜻을 굽히지 않자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하면 허락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사격선수로서의 길을 열어줬는데 정말 파리에서 금메달을 땄다. 딸이 돌아오는 대로 고기를 듬뿍 넣은 ‘엄마표’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일반 학생일 때는 공부도 잘했던 반효진은 똑똑한 머리와 사격 재능을 더해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친구들보다 사격을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10배는 더 노력한다는 각오가 뒷받침됐다. 해마다 몇 뼘씩 성장한 반효진은 지난해부터는 국제 대회에서도 입상하면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지난 3월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전체 1위를 차지해 반전의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날 결선은 반전을 거듭한 명승부였다. 경기는 8명의 선수가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하면서 중간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효진은 황위팅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경기 중반 한때 2위로 밀려났지만, 13번째 격발에서 만점인 10.9점을 쏴 136.5점으로 올라서 1위 황위팅을 0.5점 차이로 쫓았다. 이어 16번째 격발에서 다시 10.9점을 조준해 168.7점으로 황유팅을 0.1점 차이로 제쳤다.
이후 금메달과 가까워진 반효진은 경기 막판 흔들렸다. 23번째와 24번째 차례에서 9.9점과 9.6점이 나와 황위팅에게 251.8점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마지막 슛오프에서 10.4점을 적중해 10.3점을 쏜 황위팅을 제쳤다.
‘10대 명사수’ 반효진의 깜짝 선전으로 한국 사격은 파리올림픽에서만 벌써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앞서 이번 대회 목표를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잡았는데 이미 이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이대명 해설위원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의 성적(은메달 1개)이 좋지 않아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사격계의 걱정이 컸다. 그러나 최근 월드컵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오면서 조금씩 기대감이 커졌고, 어린 국가대표 사수들이 실력을 마음껏 뽐내면서 목표를 빠르게 달성했다. 흐름을 탄 만큼 남은 기간 사격에서 메달이 추가로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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