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금메달 따줄게"…17세 반효진, 사격 3년 만에 金 기적
"내가 금메달 따줄게, 엄마."
열일곱 막내는 파리로 떠나기 전, "엄마 소원을 꼭 이뤄주겠다"며 당찬 약속을 남겼다. 어머니는 대견하게 웃으면서도 내심 '후회 없이 네 기량만 펼치고 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빌었다. 그런데 딸이 진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사격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벌어진 '기적'이다.
반효진(17·대구체고)의 어머니 이정선 씨는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설마 설마' 했다. 잘하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데 벌써 금메달까지 딸까' 싶었다. 내 딸이 진짜 금메달을 땄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 씨의 두 딸 중 막내인 반효진은 이날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여자 10m 개인전 결승에서 황위팅(중국)을 꺾고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중반 역전에 성공했다가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마지막 슛오프에서 10.4점을 쏴 10.3점의 황위팅을 밀어내고 우승을 확정했다.
어머니는 대구의 집에서 큰딸과 함께 TV를 보다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 일 때문에 집 밖에 있던 아버지 반재호 씨도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이 씨는 "효진이가 공부도 잘해서 처음에 사격 선수가 되는 걸 많이 반대했다. 그래서 늘 '엄마한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했다"며 감격했다.
반효진은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중1 때까지는 태권도를 하다 중2 때 친구의 권유로 사격부 테스트를 봤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잘 쏴서"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어머니는 사격 선수가 되겠다는 딸을 뜯어말렸다. 그래도 딸은 뜻을 굽히지 않더니, 처음으로 나간 대구광역시장배 사격대회에서 1등을 하고 돌아왔다.
어머니는 결국 딸을 앉혀놓고 약속을 받았다. "기왕 사격 선수가 될 거면, 앞으로 국가대표도 되고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도 따 와라. 그래야 허락할 수 있어." 딸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게 2021년 7월이었다.
이 씨는 "정말 반대하려고 '그냥' 해본 말이었다. 내가 말하면서도 현실이 될 거라는 기대가 없었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이 너무 빨리 이뤄져서 그저 놀랍기만 하다.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인데 정말 내 딸이 맞나 싶다"라며 대견해했다.
파리에 머물던 딸은 며칠 전 '힘들다'는 투정 대신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모바일 메시지를 보냈다. 어머니는 "효진이가 돌아오면 일단 '수고했다, 장하다'며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효진이가 좋아하는 고기를 듬뿍 넣어서 정말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싶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파리=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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