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고체 물질 속 '암흑 전자'가 밝혀졌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4. 7.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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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전자'의 존재가 규명됐다.

이는 고체 물질 속에서도 전자들이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규명한 세계 최초의 결과이다.

이어 그는 "고체 속 암흑 전자의 존재 규명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존재를 모를 때 설명할 수 없었던 양자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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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연구팀, 국제공동연구로 세계 최초 '암흑전자' 규명

[유창재 기자]

▲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암흑 상태. 물질의 단위 구조에서 같은 종류의 원자 네 개가 두 쌍(왼쪽 위, 오른쪽 아래 붉은색 동그라미와 오른쪽 위, 왼쪽 아래 푸른색 동그라미)으로 짝을 지어 대칭을 이룰 때 발생하는 전자 파동의 간섭 무늬를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어둡게 나타나는 부분이 상쇄간섭의 결과로 전자의 암흑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전자'의 존재가 규명됐다. 이는 고온초전도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으로, 이를 통해 그동안 밝혀내지 못한 여러 가지 물리학 난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아래 과기정통부)는 29일 오후 6시 김근수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미국·영국·캐나다)를 통해 이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연구에 대해 "자연에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아 관측이 어려운 암흑 상태가 존재한다"면서 "이는 다양한 자연 현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암흑 상태의 존재 규명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여러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암흑 상태의 전자'는 원자나 분자에 존재했고, 수많은 연구자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물질 속의 전자는 암흑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이런 가운데 김근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같은 종류의 원자가 한 쌍으로 대칭을 이룰 때 발생하는 양자 간섭을 연구하던 중, 이를 두 쌍으로 확장하면 어떤 조건에서도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연구하면서 전자의 암흑 상태를 설명하는 모델을 고안했고,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고온초전도체 구리 산화물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전자가 암흑 상태에 해당함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고체 물질 속에서도 전자들이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규명한 세계 최초의 결과이다.
 
▲ 고체 물질 속 전자 파동의 광명 상태와 암흑 상태. 가, 나, 다, 라로 표기한 네 개의 동그라미는 고체 물질의 단위 구조에 배열된 같은 종류의 원자 네 개를 나타내고, 그 주변의 곡선은 전자 파동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네 개의 원자가 두 쌍으로 대칭을 이루면 그림과 같이 오로지 네 가지 종류의 전자 파동 상관관계만 존재하게 된다. 파란색의 경우 각 원자의 전자 파동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여 보강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에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광명 상태가 된다. 반면,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의 경우 두 원자의 전자 파동은 위를 향하고, 두 원자의 전자 파동은 아래를 향하여 상쇄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에, 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상태의 전자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또한 연구팀은 고체 물질 속 전자가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구성 원자들의 독특한 배열에 있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체 물질의 원자들은 미세한 단위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배열된다. 이 단위 구조에 같은 종류의 원자 네 개가 두 쌍으로 짝을 지어 대칭을 이룰 경우 '전자 간 상쇄간섭'이 발생하여 어떠한 측정 조건(빛 에너지, 편광, 입사 방향 등)으로도 관측할 수 없는 암흑 상태의 전자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김근수 교수는 "'고체 물질 속에도 어떤 조건에서도 관측할 수 없는 전자가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면서 "연구원들이 4년이란 시간 동안 끈기와 열정으로 한 문제를 깊게 파고든 결과"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고체 속 암흑 전자의 존재 규명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존재를 모를 때 설명할 수 없었던 양자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실용화를 위한 과제로 "기초과학은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우리 삶의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범위가 매우 크다"면서 "고온초전도 메커니즘을 정복하면 초전도 임계 온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물질을 설계할 수 있고, 손실 없는 에너지, 뜨거워지지 않는 전자기기(컴퓨터, 휴대폰, 태플릿), 저렴한 운송기술(자기부상 열차), 저렴한 의료용 진단기술(MRI) 등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7월 29일(현지시각 29일 10시, GMT)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근수 연세대 교수(교신저자), 암흑 전자를 설명하는 모델을 고안한 정윤아 연구원(제1저자), 미국과 영국의 첨단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이 모델에서 예측하는 바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주도한 김민수·김예린 연구원(공동 제1저자). 이번 연구는 연세대, 군산대, 캐나다의 공동연구진이 각각 이번 실험에 사용된 세 가지 종류의 시료를 제작 및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 글로벌 팀워크로 진행됐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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