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자들 검찰 맞아요” 1억 넘게 뜯어낸 기막힌 수법

김용현 2024. 7.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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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유진(가명)씨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수사관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이후 수사관과 담당검사, 부장검사를 사칭한 이들이 일주일에 걸쳐 차례로 김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들은 수사를 빙자해 김씨에게 대출을 종용한 뒤 6차례에 걸쳐 현금수거책을 통해 1억2000만원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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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유진(가명)씨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씨 명의의 대포통장을 수사하고 있으니 계좌 조사에 협조하라는 내용이었다. 김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수사관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다. 김씨도 잠시 의심을 했지만, 사칭범이 보내준 허위 사이트에서 수사기록 공문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됐다.

이후 수사관과 담당검사, 부장검사를 사칭한 이들이 일주일에 걸쳐 차례로 김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들은 수사를 빙자해 김씨에게 대출을 종용한 뒤 6차례에 걸쳐 현금수거책을 통해 1억2000만원을 가로챘다.

송금 과정에서 이상함을 느낀 김씨는 직접 검찰 공용번호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사칭범들이 실제 검찰에 근무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김씨 휴대전화에 ‘애니데스크’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일당은 해킹 여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앱 설치를 강권했다. 애니데스크는 독일의 통신기기 원격 조정 앱으로,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원격 제어나 파일 전송 등이 가능하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악성앱을 설치해 김씨 휴대전화를 조종했기 때문에 김씨가 검찰 공용번호로 전화를 해도 범죄 조직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김씨처럼 경찰이나 검찰,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금액이 폭증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올 상반기(1~6월) 1732억원으로, 전년 동기(1089억원)에 비해 59%나 증가했다. 반면 이러한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같은 기간 5497건에서 4552건으로 줄었다. 그만큼 피해자는 줄었지만, 한번 피해를 당하면 큰 돈을 뜯기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수사를 빙자해 피해자에게 장기간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번 속을 경우 범죄자들이 피해자에게 반복해서 대출을 받게 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기관 사칭 범죄는 은행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보다 건당 피해규모가 더 컸다. 올 상반기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1인당 평균 피해금액은 3800만원으로, 은행사칭형(2750만원)에 비해 피해 금액이 더 많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관사칭형 범죄 검거인원은 2950명으로, 은행사칭형(627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수는 324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2044억원)에 비해 1200억원 가량 늘었다. 상반기 피싱 범죄 발생건수도 1만52건으로, 전년 동기(9084건)와 비교해 11%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수사기관도 온라인 상에서 수사기록을 공개하거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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