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10.4....동료도 감탄한 '막내' 반효진 승부사 기질, 가장 높은 무대에서 빛났다 [2024 파리]
안희수 2024. 7. 29. 17:44
사격 대표팀 막내 '여고생 사수' 반효진(17·대구체고)이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동료들에게도 인정받은 승부사 기질이 가장 높은 무대에서 빛났다.
반효진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0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 결선에서 슛오프 끝에 황위팅(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단에 4번째 금메달을 안겼고, 한국의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만 16세 10개월 18일)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기록을 경신했고,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되는 영예도 안았다.
역대급 명승부에서 웃었다. 반효진은 10발씩 쏜 2시리즈까지 104.8점을 기록하며 황위팅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2발씩 쏘고 가장 낮은 순위가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시리즈에서도 경쟁자들보다 늦게 격발하며 침착한 운영을 보여줬다. 13번째 발에 이어 16번째 발에서도 만점(10.9)을 쏘며 0.1차로 황위팅에 앞섰다.
고비도 있었다. 황위팅에 1.3점 앞서며 금메달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쏜 23·24번째 발이 각각 9.9점, 9.6점에 그치며 동점(251.8)을 허용한 것. 하지만 반효진은 바로 이어진 슛오프에서 10.4점을 기록,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했다.
반효진은 고교생 신분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6번째 한국 국가대표 사수다. 2004년 천민호·안수경 이후 20년 만이기도 하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1년 7월 처음 총을 잡은 그는 불과 두 달 만에 지역 대회(대구시장배)에서 1위에 오르며 비범한 자질을 증명했다.2020 도교 올림픽이 열리고 있었던 3년 전, 반효진은 이제 막 격발과 총성이 익숙해졌다. 파리 대회가 자신의 첫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경험 삼아 출전한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합산 2530.6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렇게 '사격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고교생 신분으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10m 공기소총)을 딴 여갑순(현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감독), 시드니 대회 같은 종목 은메달을 획득한 강초현(은퇴)과 비견됐다.
반효진은 자신의 강점으로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목표를 묻는 말에는 "'결선만 나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겠다. 스스로 기대치를 낮게 잡고 들어가고,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승부욕이 부족한 건 아니다. 대표팀 선배 박하준은 "(반)효진이는 (8명이 겨뤄 한 명씩 떨어지는) 결선에서 굉장히 높은 포인트를 쌓는다"라고 했다. 메달이 걸린 상황에서 오히려 강하다는 의미. 반효진도 "기대치는 낮게 잡아도 '다른 선수도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한다"고 했다. 시합 며칠 전에 손톱이 부러지는 악재 속에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온 경험을 하자, 일부러 손톱을 깎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고. 실제로 반효진은 한 차례 크게 흔들린 뒤 다시 멘털을 가다듬고 결선 슛오프에서 승리를 만들어냈다.반효진은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였던 10m 공기소총 혼성에서 최대한과 짝을 이뤘지만, 22위(623.7점)에 그치며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28일 열린 개인전에서 634.5점을 쌓고 본선 올림픽 신기록을 경신하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1988년 서울 대회 안병균(공기소총),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진종오(50m 권총)에 이어 올림픽 무대에서 신기록을 경신한 3번째 한국 사수가 됐다. 혼성 경기에서 부진했던 게 오히려 약이 된 모양새. 반효진은 그렇게 결선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며 한국 '여고생 사수' 3번째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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