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3선 성공... '부정 선거' 의혹에 야권 불복
[윤현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3선 성공에 기뻐하며 두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그의 당선을 공식화했다. 2024.07.29 |
ⓒ AFP=연합뉴스 |
국제사회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지만, 야권 후보도 승리를 선언하면서 국가적 혼돈이 벌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투표 종료 후 6시간가량 지나고 29일 새벽 "마두로 대통령이 51.2%를 득표하며 1위에 올랐다"라고 발표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민주야권 후보로 나선 외교관 출신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44.2%를 득표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개표 상황 공개 안 하고 시민단체 참관도 거부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세계에 나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가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재선됐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평화와 안정 그리고 정의가 있을 것이며, 법을 존중할 것"이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선거 시스템은 공정하고 투명하다"라며 야권의 부정 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나서 2013년 처음 정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총 18년간 장기 집권하게 된다.
반면에 친(親) 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후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시민 단체들의 개표 참관을 거부하면서 야권 및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곤살레스 후보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전 세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라고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곤살레스 후보를 지원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성명을 내고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했고, 전 세계도 이를 알고 있다"라며 "곤살레스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가 65%를 득표하고, 마두로 대통령은 31%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서방 사회가 곤살레스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봤으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오자 부정 선거를 의심하고 있다.
미국·유럽 '부정 선거' 의심... 쿠바·러시아는 마두로 축하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파탄냈고,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면서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사회 혼란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10년간 베네수엘라의 경제난과 사회 불안정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이 770만 명에 달한다"라며 "이는 라틴아메리가 현대사에서 최대 규모이며, 이주민은 대부분 다른 중남미 국가나 카리브해에 정착했으나 최근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방송도 현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마두로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베네수엘라를 떠나겠다는 국민이 현재 인구(2800만 명 추산)의 10%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대선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고, 특히 여야 후보가 국경 관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사회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진영으로 나뉘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실제 투표 결과와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선거 결과 발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며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결과를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미래를 위해 투표했고, 그들의 의지가 반영되어야 한다"라며 "구체적인 개표 결과와 투표 기록을 공개해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반면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형제'로 부르면서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한다"라고 전했고, 쿠바의 실권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도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로 당선을 축하했다.
세르게이 멜리크 바그다사로프 주베네수엘라 러시아 대사는 "마두로 대통령이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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