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강조한 韓…민주, ‘우클릭’ 이재명에 정책 노선 진통 불가피

권혜진 2024. 7.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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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금투세 폐지 시간 별로 없어…더 강하게 나설 것”
이재명, 금투세·종부세 완화 ‘정책 구체화’…당내 의견은 ‘분분’
전당대회 후 총의 모으기로…“감세 카드 꺼낸 이상 與와 협의 불가피”
28일 오전 충남 공주 충남교통연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안 등이 담긴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에 금투세 폐지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 당론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유력 차기 당대표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마저 금융투자소득세 완화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연일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어 감세 정책 노선에 대한 당내 진통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문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더 강하게 나서겠다”며 “이재명 전 대표도 금투세에 긍정적인 말씀을 한 적이 있다. 테이블에 올리고 깊이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해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앞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혀온 정부는 지난 25일 세법 개정안 발표를 통해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즉각 ‘부자 감세’라며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초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안은 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며 “재정이 파탄날 지경인데도 정부는 텅텅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서민의 유리지갑으로 메우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민주당의 감세 정책 반대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지난 24일 ‘5년간 5억 원까지 금투세 면제’라는 구체화 정책을 제시하는 등 감세론을 꺼내 들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정책 노선 투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이 후보의 발언에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 부자 감세를 의미한다”며 “더 이상의 유예에 반대한다. 과거 여야 합의대로 또한 현행법에서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 후보의 ‘먹사니즘’을 완성하려면 많은 재원이 투자돼야 한다”며 “부자 감세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내 이견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금투세·종부세 논의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유력 당 대표 후보가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만큼, 감세 반대 당론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법 개정안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여당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들어 감세 논의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전면 반대’가 아닌 절충안을 내놓는 등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금투세·종부세 등 감세 정책에 대해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도부가 기존 정책 노선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전당대회 후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신임 지도부가 구성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이후 지도부 의견으로 당론이 모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종부세는 민주당 세제 정책의 근간과 다름없다. 우리 당은 여태 정부·여당의 감세 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노선을 틀게 되면 정체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다만 (이 후보가) 금투세 완화 카드를 꺼낸 이상 여당과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당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에 대한 당위성을 좀 더 명확히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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