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사재 털겠다지만..."티메프 미정산금 수천억, 피해 눈덩이"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 구영배 대표가 정산 지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큐텐 지분을 처분하거나 이를 담보로 자금을 긴급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구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확산하면서 여론의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 대표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내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상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못 한다”면서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룹 차원의 펀딩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피해를 입으신 고객님들과 관계되신 모든 파트너사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다 보니 입장 표명이 늦어진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고객의 피해 규모를 500억 내외로 추산했다. 그는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이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판매자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추산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양사가 파트너사들과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 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파트너사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과 판매수수료 감면 등의 셀러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파트너사 및 금융권 등 관계 기관과의 소통 및 협조 요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의 지분 42.8%를 보유하고 있다. 큐텐 산하에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큐텐은 또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의 지분 72.2%를 갖고 있다. 큐텐의 핵심 계열사는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인데 구 대표가 2011년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큐익스프레스 최대주주는 보통주(2105만주) 기준 큐텐으로, 지분 65.9%(138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분 29.4%(618만주)를 소유한 2대 주주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큐텐 측은 금융당국에 5000만 달러(약 7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 돈으로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한다. 구 대표가 밝힌 소비자 피해액은 500억 수준이지만, 판매자 정산 미지급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 금액은 5월분까지만 반영돼 있는데 이것만 벌써 7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6~7월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대표가 이날 밝힌 주식 처분과 계열사 매각, 그룹 차원 펀딩 등의 유동성 확보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룹 차원 펀딩은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가 아닌 큐텐이나 큐텐익스프레스를 통한 자본 조달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M&A를 거듭해온 큐텐 그룹 전반의 경영 부실이 확인된 만큼 자금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큐텐이나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이 아예 가치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에서 모회사의 주식을 선뜻 높은 가격에 살 사람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가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 추진을 거론한 데 대해선 “지금 상황에서 다른 회사를 사서 자금을 끌어 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마도 자회사 매각을 의미하는 것 같다”면서도 “큐텐 주식 처분과 마찬가지로, 지금 큐텐 산하 커머스 회사를 사려고 선뜻 나서는 매수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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