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망가짐 쯤이야"…'놀아주는 여자' '파일럿' 제대로 물만난 한선화

나원정 2024. 7. 29. 16: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1일 개봉 ‘파일럿’‧JTBC ‘놀아주는 여자’
영화‧드라마서 유튜버 변신 배우 한선화
‘술도녀’ 이후 친근 발랄 매력으로 전성기
첫 공식 유튜브 열고, 단편영화도 도전
영화 '파일럿'(31일 개봉)에서 배우 한선화는 파일럿에서 실직한 오빠 한정우(조정석)의 여장 및 신분 세탁을 돕는 여동생 한정미 역할을 맡았다. 여자인 척하는 오빠 모습에 당황한 정미가 마시던 물을 주르륵 흘리는 장면은 “‘물을 뿜는다’고 적힌 시나리오 지문보다 그대로 흘리는 게 재밌을 것 같아" 그가 직접 시도한 게 영화와 예고편까지 들어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연기로 재미를 드릴 수만 있다면 망가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죠.” " 배우 한선화(33)가 제대로 물을 만났다. 31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파일럿’에서 파일럿인 오빠(조정석)를 여자로 변신시키는 뷰티 유튜버 한정미가 되어 여름 극장가 흥행 대전에 뛰어들었다.
드라마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달 12일부터 방영중인 JTBC 수목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선 전직 조폭 큰형님(엄태구)과 사랑에 빠진 키즈 유튜버 고은하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한선화가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서 한선화는 유튜브 키즈 크리에이터 역할을 맡았다. 사진 JTBC

한선화는 출세작 '술꾼 도시 여자들'(이하 '술도녀') 시즌1‧2(티빙, 2021~23)의 4차원 요가 강사 역할 이후 친근하고 코믹한 이미지로 재조명됐다. 지난해 신동엽의 유튜브 ‘짠한 형’에서 허물없는 매력을 발산한 숏츠 영상은 7개월간 775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예능에서 밝은 캐릭터로 활약해온 그가 최근엔 ‘하이텐션’ ‘사회생활 만랩’ 등 수식어와 함께 사랑스러운 분위기 메이커로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는 대단히 러블리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제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달짝지근해' '파일럿' 2년 연속 여름 웃음 사냥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KBS2, 2013)으로 연기 데뷔한 한선화는 2016년 시크릿을 탈퇴한 뒤 배우 활동에 전념했다. 2021년 독립영화 ‘영화의 거리’를 시작으로 ‘강릉’(2021), ‘창밖은 겨울’(2022), ‘교토에서 온 편지’(2023) 등 독립‧상업을 오가며 연기 보폭을 넓혀왔다. ‘파일럿’은 지난해 여름 개봉작 ‘달짝지근해:7510’을 잇는 그의 두 번째 본격 코미디 영화다.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선 키즈 유튜버답게 온갖 인형 탈, 변장 도구를 쓰고 “미니 파워! 내가 왔다!”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대사를 하면서 엄태구와의 달콤한 '밀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파일럿’에선 오빠의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정미가 되어, 오빠에게 가슴 보정 속옷을 입혀주며 “갈빗살‧옆구리살까지” 야무지게 그러 모으는 등 현실 남매 호흡을 선보였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팬 유튜버로 대박 난 엄마(오민애)까지 세 식구가 시트콤 같은 생활 연기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낸다.

조정석 "한선화 왜 이제 만나…텐션·에너지 좋다"


영화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가 직장 회식 때의 말실수로 하루아침에 실직한 뒤 한 항공사 재취업을 위해 여자 파일럿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직장에서의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뿐 아니라, 신분을 빌려준 뷰티 유튜버 동생 한정미(한선화)와 이찬원의 팬덤 ‘찬스’(Chan's)로 활동하는 어머니 안자(오민애) 등 가족간의 호흡이 빛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로 처음 함께한 배우 조정석은 “왜 이제야 만났냐는 생각이 들 만큼, 텐션과 에너지가 좋았다”고 한선화를 칭찬했다. 정작 한선화 자신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연기가 제일 어렵다”고 털어놨다.
“첫 촬영이 마트 장면이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어색해서 조정석 선배님한테 도와 달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스스로 부족한 걸 느낄 때는 감독님, 동료 배우들한테 잘 물어보는 편이에요.”
타고난 끼를 발산하는 듯하지만, 그는 의외로 현장에서 알아주는 노력파다. ‘술도녀’ 때 상대역 김지석은 한 예능에서 그를 두고 “캐릭터를 맛깔나게 잘 살리는데 다 노력이다. 애드리브도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말한 바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에서 요가 강사 역할로 공동 주연을 맡은 한선화. 사진 티빙

한선화는 “‘놀아주는 여자’의 키즈 유튜버, ‘파일럿’의 뷰티 유튜버도 평소 잘 안 보던 유튜브를 찾아가며 톤부터 의상, 몸짓까지 습득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것을 대본에 적고 그리기도 한다”면서 “비슷한 장면의 영화‧드라마를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술도녀’ 시즌2 때는 ‘슬기로운 의사생활’(tvN) 조정석의 손짓 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2년 전 ‘파일럿’ 촬영할 땐 잘하고 싶은 욕심에 다 내려놓고 코믹 연기에 몰두했죠. 개봉 전 기술시사로 보니, 제가 봐도 웃기고 민망하더군요. 저 진짜 열심히 망가지지 않았나요?”

'연기돌' 혹평 없었던 비결, 조단역 단련


드라마 '학교 2017'에서 스쿨 폴리스 역을 맡은 배우 한선화. [사진 한선화 인스타그램]

그는 ‘파일럿’ 첫 관람 후 휴대전화에 '코미디 장르에 충실했다. 적재적소에 내가 잘 쓰였다'는 감상평을 메모해뒀다고 한다. “밝은 작품이 잇따라 들어온 건 이런 저를 보고 싶으니까 찾아주신 거 아닐까요? (밝은 연기를)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하고 다른 작품과 인물로 또 다시 평가 받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선화(오른쪽)가 고향 부산 사투리를 살려 출연한 독립영화 '창밖은 겨울'. 사진 영화사 진진
‘술도녀’ 이전 그는 짝사랑하거나 처연하게 눈물 흘리는 캐릭터, 팜므파탈 등을 넘나들었다. 드라마 ‘신의 선물-14일’(SBS, 2014)의 사기꾼, ‘자체발광 오피스’(MBC, 2017)의 막무가내 회사원, ‘학교 2017’(KBS2, 2017)의 거침없는 순경 등 다채로운 조‧단역을 거치며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했다. 아이돌 출신이 흔히 겪는 연기 혹평을 비켜간 이유다.

첫 유튜브 '궁금한선화' 출시…하반기 단편 도전


영화 '파일럿'에서 한선화가 유튜브 촬영 세트 앞에서 오빠 역 조정석과 대화하는 장면 촬영 당시 현장 비하인드 사진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술도녀’로 인기 상종가를 누릴 때 독립영화에 출연한 것도 스크린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기회를 찾아 나선 결과였다. “대학 연극영화과를 나온 친구들의 단편영화, 졸업작품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 마음으로 독립영화 문을 두드렸고, 고향 부산 사투리가 필요한 작품들을 통해 꿈꿨던 영화를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죠.”
지난 24일 다방면의 전문가를 만나는 유튜브 채널 ‘궁금한선화’를 시작한 한선화는 올 하반기 신인감독 발굴을 지원하는 단편영화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공모, 여름 중 촬영을 완료해 다음달 말부터 국제지하철영화제 등에서 상영하는 'E-CUT 프로젝트'다.
“규모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흥미로운 작품을 해가고 싶다”는 그는 “'작품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몰입했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 연기를 가장 먼저 평가하는 건 저 자신이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하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어요. 최선을 다하면 늦더라도 누군가는 진심을 알아줄 테니까요.”
영화 '파일럿'(31일 개봉),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로 스크린과 TV를 종횡무진 중인 배우 한선화를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