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남은 전공의 고작 12명…"심장·폐암수술 제대로 못할 것"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이 이틀 남은 29일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인기 필수의료' 분야로 꼽히는 흉부외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가 12명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선 전공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내년에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도 6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9일 이러한 내용의 전공의 수련 현황을 공개했다. 학회가 지난 24~26일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상황을 집계한 결과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보류 상태로 사직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1년차 3명, 2년차 2명, 3년차 1명, 4년차 6명 등 12명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대전·충남 권역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충북·전북·제주엔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배출할 수 있는 신규 전문의는 최대 6명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전국의 전공의 규모도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기존의 흉부외과 전문의도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들어오는 전문의보다 떠나는 전문의가 더 많아질 거란 예상이다.

학회는 흉부외과가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로 확립돼 있지만, 신규 전문의 배출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다. 전공의 12명으론 연간 2만건 넘는 심장·폐암 수술을 제대로 완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회는 "신규 전문의 배출과 이를 통한 지역의료 활성화는 이미 붕괴했고, 지역의 권역 심혈관센터나 응급의료센터도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면서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의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 상황이므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없으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