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된 아이들 팔·다리 모았다"…검은옷 입은 수천명 '눈물바다'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에서 벌어진 ‘축구장 폭격’으로 사망한 어린이 12명 중 10명의 합동 장례식이 28일(현지시간) 마즈달샴스 마을에서 진행됐다. 이날 검은 옷을 입은 수천명의 조문객이 중심가를 가득 메웠고, 흰 천으로 감싼 작은 관들이 시내 중심가를 지나 묘지로 운구되자 일대는 눈물바다가 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가디언·뉴욕타임스(NYT)는 축구장 폭격 피해자에 대한 장례식이 거행된 이날, 마즈달샴스 마을은 물론 인근 부하타·마사아다 마을까지 가로등에 검은 깃발을 달았고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결혼식은 모두 연기됐고 검은 옷을 입은 채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다.
이날 마을 묘지로 옮겨진 시신은 총 10구다. 11번째 시신은 인근 마을인 에인 키이나에 묻혔고, 12번째 시신은 훼손이 너무 심각해, 신원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에는 이스라엘 드루즈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인 모와파크 타리프,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교육장관 요아브 키쉬, 야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 등이 참석했다. 마을 주민들은 극우 성향의 스모트리히가 등장하자 야유를 퍼부으며 “지난 10개월간 어디 있었냐”면서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중도파인 라피드는 환영받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폭격을 맞은 현장인 축구장 근처에서 추모 의식이 이어졌다. 검은 천으로 덮은 12개의 빈 의자를 놓고 추모객들은 묵념을 했다. 몇차례의 연설도 이어졌다.
"내일 아닌 오늘의 보복 원한다"
이날 장례식과 폭격 현장을 찾은 주민들은 공격 배후로 지목된 헤즈볼라와 참변을 막지 못한 이스라엘 지도부 양측 모두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자신의 일가친척 중 4명의 아이들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나세르 아부 살레(52)는 “어제 우리는 이곳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머리, 귀, 팔, 다리를 모아야 했다”면서 “이런 상황은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의 보복을 원한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군사 행동을 촉구했다.
11살 조카를 잃은 영어 교사인 마헬 사파디(42)는 “그 애는 집안의 기쁨이자 친절한 소녀였고, 축구 광팬이었다”면서 “아이의 죽음은 재앙이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죽음을 요구했으며 레바논 본토를 불태워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면전 자제해야"
반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긴장을 조장해온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과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번 사건의 원흉”이라고 비난했다. 가디언은 “대다수 주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원할 뿐이며 상황이 악화되거나 추가적인 공격이 일어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로켓 폭격이 일어난 마즈달샴스는 골란고원의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 시아파의 소수 분파인 드루즈파의 여러 공동체 마을 중 하나다. 1967년까지는 시리아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은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을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마즈달샴즈는 드루즈파 주민과 이스라엘 정착민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드루즈파 주민 중 대다수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로 남아있는 상태다.
NYT는 “이스라엘이 50년 이상 지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스라엘인으로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축구장 폭격의 사망자 가운데 이스라엘 시민권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마스달샴스 지역 협의회가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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