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양궁 10연패…현대家의 40년 진심 통했다

이민우 2024. 7. 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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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부터 정의선까지…1985년부터 父子 응원
공정·투명 원칙 아래 '물심양면'
선발·운영 관여 전무…"잡음 제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선수들과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1988년 이후 36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신화의 배경에는 현대차 그룹의 40년에 걸친 꾸준한 지원이 깃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앞에 나서지 않고, 신화의 공을 오로지 선수들과 실무진에게 돌리고 있다.


대회마다 현지 방문해 응원한 ‘승리의 요정’

정 회장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는 협회장의 ‘치하’보다는 모든 구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 그는 "선수들, 그리고 협회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이 지금처럼 잘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침체하지도 않으면서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내 양궁 선수진에는 이미 ‘승리의 요정’이다. 협회장을 맡은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1년 도쿄올림픽 등 하계올림픽마다 현지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정 회장은 승리의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손사래 치며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제가 거기에 묻어서 가고 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1985년부터 40년간 이어진 ‘진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래로 40년간 양궁협회를 후원해 왔다. 2005년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후에도 대를 이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이뤄진 헌신적인 후원 사례로 꼽힌다.


특히 정 회장은 대회마다 개최국의 특성을 고려해 세심한 지원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는 중국 관중들의 응원에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을까 우려해 대규모 응원단을 구성했다. 응원단에는 선수 가족, 지도자, 각 시도 회장단, 초등·중등 우수 지도자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현지 주재원 및 가족, 재중 한인회 및 체육회 일원, 유학생 등 9000여명이 참여해 선수들을 응원했다.


2016년 리우대회에서는 치안 불안을 고려해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 맥스크루즈)를 이용해 경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휴게실과 물리치료실, 샤워실 등을 갖춘 트레일러를 경기장 인근에 설치해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여자 단체전 경기 금메달 시상 후 박수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이번 파리올림픽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대회 전부터 장비 기술 지원, 축구장 소음 훈련, 파리 현지 식사 및 휴게 공간, 전용 훈련장 준비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건설해 선수들이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까지 개발해 선수들이 일대일 대결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축구경기장에서 대규모 관중을 동원해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선발·운영 관여 전무…'잡음 제로'

현대차그룹의 양궁 지원은 진정으로 전폭적이다. 재정 안정화, 스포츠 과학화, 선수 육성 체계 정비 등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투명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을 뿐이다. 이는 현대차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자율적이며 투명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정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일치한다.


그 결과, 양궁협회는 지연이나 학연 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국가대표는 오직 경쟁을 통해 선발됐고, 코치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채용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 환영사에서도 공정, 투명,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한양궁협회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사회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한양궁협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하겠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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