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면전 발발 시 “첫해 세계 경제 5525조원 타격”

김이현 2024. 7. 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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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분석
한국 반도체 산업 위상 고려하면
GDP 이상 세계 경제 타격
다만 “김정은 자살 선택안할 것”

한국과 미국, 일본 간 3각 협력이 강화되고 북한 역시 러시아와 협력 수준을 높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냉전 이래 가장 높은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손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전면전이 발발하면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세계 경제는 첫해에 4조 달러, 즉 GDP의 3.9%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해의 두 배 이상이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의 핵 능력을 가속화할 위험도 있다. 블룸버그는 “남·북한의 전면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0은 아니다”라며 “러시아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며 냉전 시대의 파트너십이 부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 갈등에 이어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전면전 시 서울의 주요 군사·정치·경제 목표를 중점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정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커지면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약 80~90개 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의 포병 사정권에 있는 수도권에는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26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공격 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한 수도권은 대한민국 반도체 생산의 81%, 전체 제조업 생산량의 34%를 차지한다. 전면전 시 이같은 산업 기반 역시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몇 달 동안 한국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을 시험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과 비교해 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한 만큼 한반도 전쟁 시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압도적인 위상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큰 상황이다.

한국은 전 세계 공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자 부품의 4%, 모든 메모리 칩의 약 40%를 생산한다. 애플,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샤오미 등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이는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GDP 규모를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전쟁 시 산업 생산과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의 GDP는 37.5%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고 미국과의 무역이 감소하면 중국 역시 GDP가 5% 감소한다. 미국은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특성상 피해가 제한적이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2.3% 정도 GDP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시아, 일본, 대만 등도 큰 타격을 입어 세계 GDP는 3.9% 하락이 예상된다. 이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5.9%)보단 낮지만 우크라이나전쟁(-1.5%), 걸프전쟁(-1.0%), 9.11 테러(0.6%)보단 큰 숫자다.

다만 전쟁의 가능성 자체는 낮다고 분석했다. 전쟁 발발 시 북한의 패배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라미 김 다니엘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자살하지 않을 만큼 이성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도 언급했다. 북한 정권의 예상치 못한 붕괴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미국, 중국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 시나리오에선 한국이 GDP의 2.5%, 중국과 미국, 세계 GDP는 각각 0.5%, 0.4%, 0.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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