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홍수 사상자 숨긴 채 "김정은, 현장서 4200명 구조 지휘"

정영교, 이유정, 신경진 2024. 7. 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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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홍수)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 현장과 재해 예측지역의 주민 구조 및 대피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중 접경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지휘하고, 피해 예방에 실패한 간부들을 질책했다. 북한은 이를 '주민구출 전투' 등으로 표현했는데, 애민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이 전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홍수)피해 현장을 돌아봤다"며 "(김정은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현장과 재해예측지역의 주민구조 및 대피사업을 직접 지휘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대형 SUV를 타고 피해 현장을 점검했고, 차량의 네 바퀴는 물에 잠겼다.

보도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시·의주군 일대에서는 지난 27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 수위가 위험 계선을 훨씬 넘었으며,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에서 5000여 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 피해 현장을 방문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 현장과 재해 예측지역의 주민 구조 및 대피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신문은 "위기 상황 발생 즉시 김정은이 직접 포치(공지)한 데 따라 당과 정부, 군부의 지도 간부들이 현지에 급파됐으며 조선인민군 공군 직승기(헬리콥터)들과 해군과 국경경비대 해상경비편대의각종 구조정이 주민구출 전투에 신속히 투입됐다"고 전했다.

비행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조건 구조"하라고 지시했고, 주민이 모두 대피한 지역에 남은 사람은 없는지 정찰을 다시 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김정은은 "반나절 남짓한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인민을 구출한 것은 믿기 어려운 기적이고 공중구조 전투의 산모범"이라며 주민 4200여명을 구조한 비행사들을 치켜세웠다.

다만 그러면서도 노동신문은 사상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한 비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보면 Mi-8계열과 Mi-26 헬리콥터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Mi-8계열의 경우 최대 24명, Mi-26은 최대 90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0여대의 헬기가 20여 차례 운행하면 4200여명 정도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 현장과 재해 예측지역의 주민 구조 및 대피 사업을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은 간부들에게는 질책을 쏟아냈다. "인민의 생명 안전을 담보하고 철저히 보장해야 할 사회안전기관의 무책임성, 비전투적인 자세"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면서다. 또 "주요 직제 일군들의 건달사상과 요령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 "자연재해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의 탓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하며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재해방지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달라붙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요행수를 바라는 데 있다"며 "그러다 보니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도 정상적으로 소집하고 중앙과 각 도에 비상위기대책위원회가 조직되어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형식뿐이고 실지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고착된 가운데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가 클 경우 체제의 내구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김정은이 직접 구조에 나선 것은 민심이반을 막고 위기 관리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홍수)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 현장과 재해 예측지역의 주민 구조 및 대피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압록강 피해 현장. 뉴스1


◇ 압록강 60년만에 대홍수


한편 이날 중국 매체들은 북ㆍ중 국경을 흐르는 압록강 유역에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홍수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상 당국은 3호 태풍 ‘개미’의 간접적인 영향에 따른 폭우로 동북의 랴오닝과 지린성 일대에 홍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지 기상 전문가는 SNS에 “압록강 린장시(臨江) 일대의 수위는 지난 1962년 최고 기록을 초과했으며, 관측 이래 최대 홍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길림일보에 따르면 지난 27일 20시부터 28일 10시까지 14시간 동안 린장시에 61.9㎜의 비가 내렸다. 매체는 압록강 수위가 334.03m로 초당 1만㎥ 속도로 강물이 유입돼 수위가 경계선을 넘었다고 전했다.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시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지난 26일 8시부터 28일 19시까지 평균 강우량이 134.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압록강 변에서 시내로 연결된 제방 10개가 모두 봉쇄됐다.지금까지 압록강 단둥 유역의 최대 홍수는 지난 1995년 7월과 2010년 8월 두 차례 발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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