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안목은? 밴스 택한 트럼프 잇단 악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발탁한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명 2주만에 과거 발언으로 수세에 몰렸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누구를 밴스의 맞상대로 고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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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발언 줄줄이 소환…트럼프 ‘발목’ 잡나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밴스 의원에 대해 “낙점 2주가 되지 않아 과거 언행을 둘러싼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두드러졌던 트럼프의 ‘불사신’(invulnerability) 이미지에도 흠집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논란은 2021년 폭스뉴스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 등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지칭하며 “자기 삶에서 비참한,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ies)”라고 지칭하며 “이들이 자녀가 없기 때문에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던 발언 때문에 빚어졌다.
‘캣 레이디’는 고양이와 키우며 혼자 사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그의 발언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밴스는 또 또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전인 2022년엔 팟캐스트 인터뷰에선 “전국적으로 낙태가 불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오하이오주에서 낙태가 금지될 경우에 대해 설명하며 “조지 소로스가 매일 비행기를 띄워 흑인 여성들을 캘리포니아로 보내 낙태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조지 소로스는 유대계 민주당의 핵심 기부자이고,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의 우세지역이다. 특히 밴스가 해당 발언 중 ‘흑인 여성’을 특정하면서 그의 발언은 낙태권에 대한 부정을 비롯해, 반(反)유대주의와 인종적 편견과 관련한 복합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흙수저’ 지명했는데…공화당서도 “최악의 선택”
관련 논란은 트럼프가 승부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인근 오하이오 출신의 ‘흙수저’ 밴스를 지명하면서 기대했던 여성, 소수인종, 노동자 등에 대한 표의 확장에 오히려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에서도 “밴스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비롯한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들은 전당대회가 열렸던 밀워키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트럼프에게 검증되지 않은 밴스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트럼프의 주변인사들도 지명 발표 48시간 내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밴스가 아닌 인물의 발탁을 요청했다.
이들의 주장은 “트럼프보다 오른쪽(보수 성향)에 있는 사람을 당이 어떻게 옹호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밴스의 선택은 내가 떠난 뒤 공화당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그는 미래에 수퍼스타가 될 것”이라며 밴스에 대한 지명을 강행했다고 한다.
WP는 이와 관련 “부통령 후보 지명 수 주 전부터 ‘밴스 부통령 만들기’를 위해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이 움직임을 이어갔다”며 “트럼프는 테크 기업인인 데이비드 색스를 비롯해 억만장자 벤처 투자가인 피터 틸, 제이콥 헬버그 등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면서 밴스를 지명하라는 요청을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실리콘 밸리 출신인 밴스를 내세워 테크 기업의 방어막을 구축하기 위한 큰손들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미로, 이는 밴스가 트럼프 2기 출범 시 일종의 정경유착의 고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밴스 대항마’ 누구?…금주 ‘물고 물리는’ 일정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곧 밴스의 대항마로 함께 대선을 치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CNN 등에 따르면 현재 마크 켈리 애리조나 상원의원,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을 유력 후보군으로 꼽았다.
특히 밴스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해리스가 어떤 부통령 후보를 지목하느냐는 향후 대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유력 후보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주비행사 출신인 마크 켈리(60) 상원의원은 총기 규제를 주도하다 2011년 총격범의 총에 맞았던 개비 기포즈 전 하원의원의 남편이자, 트럼프가 공세를 취하는 국경정책에도 중도적 입장을 취해왔다. 조시 샤피로(51)는 핵심 경쟁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인 동시에 해리스와 같은 검사 출신이다. 로이 쿠퍼(67) 주지사는 16년간 노스캐롤라이나 검찰총장을 지냈다.
공교롭게 이번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와 부통령 후보 또는 예비 후보군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먼저 샤피로 주시사는 29일(현지시간)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를 대신해 대중 집회를 연다. 31일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방문에 앞선 여론 단속의 성격이 짙다. 동시에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샤피로의 역할을 시험할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공화당의 밴스는 30일 마크 켈리 상원의원이 있는 애리조나에서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밴스는 그간 고향인 오하이오 인근 중서부에서 주로 선거 유세를 벌여왔다.
한편 이날 해리스 선거 캠프 측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직후부터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운동에 나선 일주일 동안 해리스 측에 기부금 2억 달러(약 2771억원)가 모였으며, 이 중 66%가 새로운 후원자에 의해 이뤄졌다고 공개했다.
또한 이날 미 A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6~27일(현지시간) 미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43%로 집계됐다. 직전 주 같은 조사(35%)와 비교하면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무당층 가운데 44%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호감을 표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2%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36%로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실시된 직전 주(40%)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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