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탈락' 황선우, 좌절 NO…계영 800m서 '올림픽 징크스' 깬다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여기서 좌절할 수 없다. 아직 한 번의 메달 기회가 더 남아 있다.
외신도 한국의 메달, 황선우의 메달을 예측하고 있다.
황선우가 다시 물살을 가른다. 자신의 부종목 남자 자유형 100m에서도 당찬 도전을 하지만 역시 그가 집중하는 무대는 한국 수영사 첫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노리는 남자 계영 800m다.
쓴 맛을 이미 한 번 봤다.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실패를 겪었다. 황선우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5초92를 기록하고 9위에 그쳤다. 남자 자유형 200m는 28일 예선을 실시해 총 25명 중 상위 16명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1~8위가 30일 열리는 결승 무대를 밟는다.
황선우는 지난 3년간 매년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입상했다. 2022년 은메달, 2023년 동메달, 그리고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선 금메달을 따냈다.
그래서 결승 진출은 당연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결과는 충격적인 탈락이었다. 황선우는 준결승 전체 8위를 차지한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1분45초88)에 불과 0.04초 뒤졌다.
황선우는 이날 준결승 1조 5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1조에서 5위에 그쳐 결승행이 가능할까란 불안한 마음을 들게 했는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이어진 준결승 2조에서도 황선우보다 좋은 기록을 낸 영자가 4명이 되면서 황선우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최선을 다해 싸웠는데 탈락했다며 받아들일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록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2022년 여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분44초47의 당시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황선우는 지난해 7월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선 1분44초42로 한국신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우며 동메달을 따냈다. 이어 지난 2월 도하에서 벌어진 2024 세계선수권에선 1분44초75를 찍으면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그토록 원하던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손에 쥐었다,
도하 대회에서의 기록이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황선우를 포함한 상당수의 영자들이 파리 올림픽을 겨냥하다보니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휴식과 훈련을 반복하면서 컨디션을 100%로 맞추는 테이퍼링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세계선수권 금메달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더 파리 올림픽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기록도 빠르진 않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파리에선 달랐다. 황선우가 가장 강한 구간으로 여겨졌던 100~150m 지점에서의 50m 구간 기록이 27초67로 나빴다. 한국 수영의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해설위원은 중계 해설을 하면서 "26초대 후반~27초대 초반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황선우는 그렇지 않았다. 150m 지점을 지나면서 1분18초62로 페이스가 꺾이며 4위로 밀려났고 결국 150~200m 구간에서도 주춤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황선우는 앞선 3차례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성적이 1분45초46, 1분45초07, 1분45초15였다. 3년을 기다려 준비한 올림픽 준결승 기록이 더 나빴던 것이다.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각 선수들이 저조한 기록을 내는 것 참고해도 황선우의 탈락을 변명할 거리는 되지 않는다.
실망할 겨를이 없다. 아직 황선우 앞에 3개 종목이 더 남아 있다. 당장 30일 오후에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을 치른다. 31일 오전엔 같은 종목 준결승과 남자 계영 800m 결승을 해야 한다.
특히 남자 계영 800m가 시선을 끈다. 한국이 이 종목에서 메달 후보로 지목받고 있어서다.
한국은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 이유연, 김영현으로 팀을 꾸려 계영 800m에 나서고 있다. 이 중 4명이 30일 오후 예선을 뛰고, 상위 8팀 안에 들면 31일 오전 결승에 나선다. 한국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적인 수영 강국 중국과 일본은 제치고 이 종목 금메달을 땄다. 지난 2월 세계선수권에선 중국에 불과 0.10초를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고 김우민과 이호준도 수준급이어서 메달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영 전문지 스윔스왬도 이번 대회 직전 남자 계영 800m를 분석하면서 영국과 미국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이 동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만큼 황선우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는 셈이다. 황선우 스스로도 파리 올림픽 앞두고 계영에 대한 애정을 상당히 드러낸 만큼 이젠 지난 아쉬움을 떨치고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는 레이스에 집중할 때다.
이 종목 한국기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수립된 7분01초73이다. '수영복 도핑'으로 불리던 2009년 전신수영복 시절 미국이 세운 세계기록 6분58초55, 2008년 역시 미국이 세운 올림픽기록 6분58초56과 비교하면 3초 안팎으로 다가선 것이다.
도쿄 올림픽 우승팀 영국이 세웠던 결승 기록이 6분59초58이었고, 동메달을 땄던 호주 기록은 7분01초84였다. 각국이 3년 전보다 기록 단축에 성공했다고 해도 한국이 한국신기록만 수립하면, 혼신의 힘을 다해 6분대에 진입하면 메달을 거머쥘 수 있는 셈이다.
다행히 황선우도 모든 것을 잊고 눈 앞에 다가온 계영 800m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오늘 경기로 내 수영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남자 계영 800m, 혼계영 400m 등 경기가 남았으니, 이 기분을 빨리 떨쳐내고 다음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기운을 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한국 수영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메달 3개를 목표로 출격했다. 첫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김우민이 1레인의 기적을 쓰면서 동메달을 획득,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남자 자유형 400m, 남자 계영 800m에서도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안타깝게 황선우가 3년 전 도쿄 올림픽 아픔을 털어내지 못하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계영 800m에서 대반전이 가능하다. 황선우 앞에 더욱 짜릿한 올림픽 메달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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