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영·남수현의 반란…역대 최약체 우려 지우고 '대업' 달성한 여자 양궁 [2024 파리]
김명석 2024. 7. 29. 12:01
프랑스 파리에서도 어김없이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36년 전 서울에서 시작된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 신화가 이어진 덕분이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 속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여자 대표팀은 보란 듯이 반전 드라마를 썼다. 결말은 ‘올림픽 10연패’ 대업이었다.
임시현(21·한국체대)과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여자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누르고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앞서 선배들이 일궜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역사를 이 후배들도 당당히 이었다.
대회 전부터 불안과 우려의 시선이 컸기에 더욱 값진 금메달이기도 했다. 실제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여자 양궁 대표팀을 향해서는 유독 부정적인 전망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국제대회를 경험해 본 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임시현이 유일했다. 전훈영은 10여년 전 아시아그랑프리나 세계대학선수권대회 외에는 주요 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었고, 남수현은 심지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였다.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가 확정된 직후부터 임시현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급기야 올림픽을 앞두고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잇따라 우승에 실패하면서, 올림픽 연속 우승 기록이 9회에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점 커져갔다.
이러한 평가를 선수들도 모를 리 없었다.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 속 동생들을 이끌어야 했던 맏언니이자 리더인 전훈영은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나라도 우려가 됐을 것 같긴 하다. 나는 팬들이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이라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10연패 도전이 너무 부담이 됐고,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라는 점에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또 간절하게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스스로 얻어낸 태극마크의 자격을 증명하는 건 오직 자신들의 몫이었다. 전훈영은 “짧지 않았던 선발전과 평가전을 다 뚫고, 공정하게 선발돼 들어온 건데 어떡하겠느냐”라고 웃어 보였다. 남수현도 “마음은 무거웠지만, 그만큼 정말 간절히 준비했다”고 했다.
국제대회 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태극마크를 달 정도의 실력, 그리고 부단한 노력의 결실은 결국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나왔다. 전훈영은 조준기가 잘 맞지 않은 대만과의 8강전에서 흔들렸지만, 재정비를 한 뒤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는 9발의 화살 중 무려 6개가 10점 과녁을 뚫었다. 막내 남수현도 8강부터 결승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임시현도 에이스다운 존재감을 더했다.
경험 부족과 맞물려 역대 최약체로까지 평가받던 이들의 유쾌한 반란, 그 결과는 올림픽 10연패 대업 달성이었다. 마음고생을 금메달로 털어낸 전훈영은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나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이 막 흘렀다”고 말했다. 남수현도 “10연패를 달성하게 돼 영광이고,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뒤늦게 웃어 보였다. 선수들의 뜨거웠던 눈물, 감동적인 반전 드라마에 국민들의 박수도 쏟아졌다.
파리(프랑스)=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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