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김명신' 때부터 도이치 주식 보유했다

이주연 2024. 7.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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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 네 번째 퍼즐] 권오수의 이너서클...2007년 12월 유상증자 때 '김명신-최은순' 3자 배정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이주연, 이정환, 봉주영 기자]

ⓒ 봉주영
1566일.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고발 당한 후, 검찰 대면조사를 받기까지 걸린 날짜다. 열린민주당은 2020년 4월 7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리고 2024년 7월 20일,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청와대 사랑채 인근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대면조사를 받았다. 4년 3개월 만의 일이다.

12시간.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시간이다.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의 명품백과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다뤄졌다. 1566일 만에 진행된 12시간. 몇몇 언론은, 검찰이 그 시간 동안 김 여사가 자신 명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20일(토)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0분까지 12시간 가량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시설 ‘경호안전교육원 서울교육센터’. 김건희 여사측이 정한 장소인 이곳에서 검찰은 휴대폰을 반납한 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디올' 명품백 수수 관련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 권우성
보도대로라면 주가 조작 사건 전후 있었던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 사이의 거래들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지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김 여사는 개명하기 전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고, 권 회장에 따르면 전화 통화로 5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김 여사 사이의 관련성을 검찰이 제대로 확인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관계들이다.
'김명신' 이름으로 산 도이치모터스 비상장주식
 김건희 여사 가족 소유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김 여사의 개명일은 2008년 10월 31일이다.
ⓒ 이정환
김 여사 가족 소유 부동산등기부에 명기된 바에 따르면 김 여사의 개명일은 2008년 10월 31일이다. 권 회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개명 전인 2007년 12월에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는 1심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과거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제 3자가 돈을 내고 사는 것)에 대해 권 회장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 : "2007년 12월 12일경 도이치모터스 비상장주식 10만 주를 발행했다. 액면은 1만 원인데 발행가액은 5만 원이었다. 그 이유는?"
권오수 : "회사 처음 설립할 때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의논해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

검찰 : "증인은 2007년 12월 유상증자 당시 회의록을 제출했다. 3자 배정 대상자 내역 보면 '김명신, 김○○, 김○○, 백○○, 양○○, 윤○○, 이○○, 엄○○, 최은순(김 여사의 어머니, 기자주), 최○○, 하○○'. 다 친한 사람들인가."
권오수 : "그렇다. 스스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앞으로 회사를 상장할 계획이 있다고 얘기했다."

검찰 : "상장을 하면 주가가 올라서 수익을 얻는 건가. 이 사람들은 액면가 만 원짜리를 오만 원 주고 샀는데 상장되면 5배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한 건가."
권오수 : "그렇다."

이 같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40억 원이 2009년 1월 도이치모터스의 우회상장 자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액면가의 다섯 배를 주고 비상장 주식을 산 김건희 여사 등 '친한 사람들'은 도이치모터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준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차 주포로 지목된 이○○씨는 이들에 대해 "이너서클 식으로 매우 친분이 두터워 쉽게 접근을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더불어 권 회장의 변호인은 "상장 가능 회사에 대해 투자 기회를 얻는다는 거 자체가, 아무한테나 주어지지 않는 특혜일 수 있다"(2022년 11월 4일 공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너서클' 김 여사의 블록딜 "매수자에게 큰 이익이 되는 거래"
 2023년 12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신한금융투자 직원에 대한 검찰의 1, 2회차 진술조서. 이 조서에는 '김명신'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한 내역이 첨부돼있다.
ⓒ 이주연
김 여사의 신한증권 계좌 관리자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여사가 해당 계좌를 개설한 시기는 2008년 3월로 역시 개명 전이었다. 이 계좌로 이뤄진 첫 거래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다. 김 여사에게 주식을 매도한 곳은 두창섬유로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했던 회사였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보면 도이치모터스는 우회상장 전 두창섬유로부터 41억5000만 원을 단기차입한 상태였다. 상장 이후 도이치모터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두창섬유에 대한 단기차입금을 주식 124만 310주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2009년 5월 21일 두창섬유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24만 8062주를 장외매도하는데 매수 당사자가 바로 김 여사였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3685원. 이 보다 460원 저렴한 3225원에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권 회장 변호인은 "블록딜 거래가 할인된 거래라, 그 자체가 매수자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것"(2022년 11월 4일 공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방식의 주식 거래, 일종의 특별한 거래였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명시한 주가조작 시작 시기, 2009년 12월보다 앞서 이뤄진 것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대선 당시 제기되기도 했다.

"권오수는 주변 지인들에게 주식을 매입하게 권유하면서 두창섬유 이○○가 주식관리를 하게 될 것이고, 이△△이 일임하여 이를 관리해 줄 것이라고 하였음."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사보고서)

2021년 11월 15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 내사보고서를 근거로 "두창섬유 이 전 대표는 권 회장의 측근으로 수족 같은 인물"이라며 "김 여사가 이○○를 통해 미리 주가조작이 시작될 걸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대표를 도이치모터스 상장 초기 주식 관리자로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회장과 김 여사의 특별한 거래, 2012년 12월 전후로도 이어져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권 회장과 김 여사 사이의 특별한 거래는 2012년 12월 전후로도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공시 자료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12년 11월 13일,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51만 466개, 1억 원어치를 김 여사에게 장외 매도했다. 권 회장 본인이 1주당 278원에 산 신주인수권을 김 여사에게는 195.9원에 팔았다. 주식가격에 따라 변동되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2011년 12월 3892원으로 조정됐다. 행사가액이 조정됨에 따라, 김 여사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으로 획득 가능한 주식의 수도 51만 3874개로 늘어났다.

2013년 6월, 김 여사는 신주인수권을 '타이코사모펀드2013'에 팔았다. 타이코사모펀드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같은 날 김 여사와 A씨는 총 327만 588개의 신주인수권을 타이코펀드 측에 팔았다. 또 다른 공시를 통해 A씨가 이날 매도한 신주인수권 규모가 확인됐는데, 총 283만 3795개였다. 즉, 김 여사가 매도한 신주인수권은 43만 6793개로 추정된다.

2021년 7월 당시 윤석열 대선 캠프는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기준 도이치모터스 분기 보고서에는 김 여사가 7만 7079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다. 대통령 측 해명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김건희한테 5억 원 빌려, 전화통화로도 가능"
▲ 윤석열 대통령 부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일정 마치고 귀국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귀국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 주식 거래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2011년 12월,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 269만 7842개를 7억 5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5억 원을 빌렸다는 진술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 사건번호 133호 보고서로 알려진 바로 그 문건의 내용이다.

금융감독원 : "신주인수권을 매입한 날에 김건희로부터 5억 원을 이체받았는데, 신주인수권 인수에 있어 (김건희가) 계산 주체인가요?"
권오수 : "빌렸습니다. 빌려서 샀으니 제 돈입니다. 돈 거래에 있어 5억, 10억은 전화통화로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이치모터스는 2014년 김 여사로부터 10억 원을 빌리기도 했다. 2014년 3분기 공시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이자율은 명시돼 있지 않다.

김 여사는 2021년 7월 20일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랑 권오수 사장이랑도 (알고) 지낸 지가 20년"이라며 "권오수 사장이랑 사업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려면 권 회장과의 '특별한 거래'에 대해서도 검찰의 적극적인 조사 또는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법불아귀,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전날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한 사실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이와 같은 필요성에 비춰 12시간 방문 조사는 충분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검찰총장조차 사전에 몰랐던 조사였다.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씀을 드렸다.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진상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말이다. 이 총장이 언급한,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 회장과의 인연으로 따지면 23년, 김 여사가 처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시점으로부터는 16년 7개월. 이처럼 오랫동안 사업 관계였던 권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 있었던 거래들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관련성을 검찰이 면밀히 밝히는데도 꼭 필요한 고사성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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