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깜깜이 예산요구서, 실제로는 공개 중이었다

세종=송승섭 2024. 7. 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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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꼭꼭 숨겨 온 '예산요구서'가 대외공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대표 변호사는 "예산이 통과되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다음에는 그 예산의 전체 과정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낸 단계부터 기재부가 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알려져야 우리 예산도 나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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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24년 기재부 수신문서 전수조사
예산 문서 2만건 중 '예산요구서' 찾아내
지난해 12월 21일 2024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꼭꼭 숨겨 온 ‘예산요구서’가 대외공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가 곤란해진다는 이유로 언론사 및 시민단체들과 소송까지 벌이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민 누구나 찾아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는 예산요구서에서는 기재부의 예산 구조조정 과정과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시아경제는 지금껏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예산실의 구조조정 내역을 공개한다.

29일 아시아경제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기재부가 다른 부처로부터 받은 대외공개 문서를 모두 조사해 23건의 예산요구서 문건을 찾아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기재부 수신문서 중에서 예산 관련 문건은 약 2만개였고, 이 중에서 일부 실·국 혹은 전체 부서의 예산요구서가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예산요구서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병무청, 해양경찰청, 기상청, 농촌진흥청, 문화재청, 통계청 등 11개 부처에서 작성됐다. [참고 기사: [단독]말 안 듣다가 예산 수십% 싹둑…무소불위 기재부 예산실]

예산요구서란 각 정부 부처가 기재부 예산실에 보내는 일종의 ‘초초안’ 예산안이다. 국가의 전체 나라살림은 매해 3월31일까지 기재부가 ‘예산편성지침’을 확정 짓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기재부는 부처별로 예산 한도를 할당해 권고한다. 부처는 이를 토대로 5월 말까지 증액·감액 사업을 정리한 뒤 예산요구서를 보낸다. 예산요구서가 도착하면 기재부는 협의를 통해 정부 예산안을 마련하고, 국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예산안이 나온다.

예산요구서를 알면 예산편성 심의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기재부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기재부가 어떤 사업에서 예산을 늘렸고 줄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예산안 브리핑에서도 구조조정 기조와 총금액만 밝힐 뿐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건전재정을 성과로 내세우는 이번 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이뤄졌는지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예산요구서를 공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곤란'이다. 한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부처의 예산요구서와 정부 예산안을 비교하면 기재부가 얼마를 깎고 어떤 사업을 구조조정을 했는지 드러난다”면서 “불이익을 받은 집단이 예산실 담당자에게 민원을 넣고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업무가 마비될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투명한 예산편성을 위해 예산요구서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예산요구서 공개 행정소송’에서 기재부가 예산요구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재정법 16조4 ‘예산 과정의 투명성과 예산 과정의 국민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예산요구서의 공개가 순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에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대표 변호사는 “예산이 통과되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다음에는 그 예산의 전체 과정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낸 단계부터 기재부가 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알려져야 우리 예산도 나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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