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파운드리·노조'…삼성전자 2Q 실적 관전 포인트는
HBM 로드맵·케파 및 파운드리 전략 관심…노사 이슈도 주목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 매출 74조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경영설명회를 갖는다. 반도체(DS) 회복세에도 여전히 시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주요 사업의 하반기 필승 전략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전략은 삼성전자의 수익 증가 규모 뿐 아니라 구겨진 체면 회복 시점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노사 관계와 관련해 입장을 낼지도 관심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중심의 삼성전자 반도체 하반기 정책 및 갤Z6 등 스마트폰 판매 전략 등에 집중돼있다.
가장 시선이 몰리는 지점은 엔비디아향 HBM 공급 여부다. 로이터는 지난 2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엔비디아 H20 GPU(그래픽처리장치)에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GPU 중 하나다. 성능은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H100 보다는 떨어진다. 최신 버전ㅇ인 HBM3E의 경우 아직 엔비디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여전히 테스트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와 삼성은 논평을 거부했다.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추격 고삐를 조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승인 제품(HBM3) 및 적용 대상(H20)이 제한적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HBM 이슈로 가장 정신없는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 5월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위촉하는 이례적인 단행했다. HBM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고, 파운드리가 TSMC를 추격하던 입장에서 인텔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 되자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왔었다.
인사 직후 삼성이 엔비디아향 HBM3·HBM3E 납품 테스트를 아직까지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홍역을 치렀다. 삼성은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두 달이 지난 현재 HBM3 통과 소식만 전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이 HBM3E에 쏠려있는 만큼 삼성은 이번 설명회에서 차세대 HBM 로드맵 및 생산 전략을 다룰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HBM 공급 규모 및 비중, 출하 시점, CXL 등 차세대 기술 로드맵 등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HBM3E가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4분기부터 고객향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의 HBM3E 엔비디아 인증은 8단은 3분기, 12단은 4분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없이 HBM 충분한 공급은 불가능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인증을 적극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엔비디아향 HBM 공급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모리 반도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파운드리·시스템 LSI(반도체 설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돌파구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2·4나노 공정 로드맵 확대·원스톱 솔루션'으로 요약되는 새 전략을 공개했다.
경쟁사들은 파운드리,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지를 서로 다른 회사가 맡고 있어 시간·비용 효율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이 사업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고객 어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팹리스 고객이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할 경우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주 증가,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 등이 현실화되면 흑자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말 반도체 웨이퍼 결함 발생 이슈 영향을 언급할 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웨이퍼 제조 공장에서 3나노(㎚·10억 분의 1m) 2세대 공정 중 2500랏(lot) 규모의 결함이 발생해 1조원 손실이 발생했고, 이 웨이퍼들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2500랏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6만5000장 가량의 생산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해당 이슈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업계는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월 생산 규모 및 다양한 검사 과정을 고려하면 수치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파운드리 불량 스크랩에 따른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측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노조에 대해서도 언급할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삼성전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으로 삼성은 노조 리스크가 크게 부각됐다. 삼성측은 "생산 차질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노조는 "생산 차질을 확인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한다.
파업 여파가 명확히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전으로 갈수록 부담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노조가 올해부터 파업을 불사하며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만큼, 리스크 대비를 위한 내부 시스템 마련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 문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노사 이슈에 대해 "준감위 2기 과제였고 3기에서도 이어질 과제가 인권 중심 경영이다. 인권 중심 경영은 여러 분야에서 의미가 있는데 노조, 노-사, 노-노 관계 부분에서 인권 경영이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표교섭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전삼노와 갈등 봉합이 시급한 사측은 오는 29~31일 집중 교섭에 돌입한다. 이번 교섭에서 유의미한 합의안 도출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 밖에 모바일(MX) 사업 전략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전격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6·폴드6' 필승 전략과 갤24 시리즈 리부트 전략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성장에 따른 디스플레이 공급 및 투자 여부가 관심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 업황이 상반기 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Z시리즈에 이은 아이폰16향 디스플레이 공급, 하반기 쇼핑 특수 효과 등으로 OLED 채용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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