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10연패' 축하 한마디 없다…싸우느라 올림픽 잊은 여야
3박4일에 걸친 필리버스터와 기나긴 정쟁에 지친 것일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신화를 완성한 29일 오전 정치권의 축하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28일 오전 2시(현지시간) 한국 양궁 대표팀은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에서 우승함으로써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첫 두 세트를 앞서가다가 3, 4세트를 내준 뒤 마지막 슛오프에서 승리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승리였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 그리고 일반 국민까지 여자양궁팀 10연패를 축하하는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같은 날 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각 당의 대표들은 축하 메시지 대신 “민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해 앞장서겠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라거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전혀 관심이 없고,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부·여당”(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이라는 등 상대를 향한 공격에만 집중됐다. 담당 상임위라 할 수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장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과 여당 간사인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다만 여야의 온도차는 있었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각종 메달 획득 낭보가 이어졌다. 열렬히 응원한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급이 나왔던 반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만큼 ‘올림픽’이라는 단어가 1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별도의 축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여야 의원의 반응도 대조를 보였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격 금메달을 딴 진종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빠른 적응력과 뛰어난 성과를 거둔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반면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란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임오경 민주당 문체위 간사는 침묵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선전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다는 속설 때문인지 전통적으로 여당보다는 야당의 반응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광경은 과거 정치권의 모습과 대조된다.
불과 지난해 10월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팀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해 금메달을 따자 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축하 글을 올렸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축! 한일전 축구 우승 금메달”이라고 적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같은 날 “한일전 축구 승리! 금메달, 한일전 야구 승리! 금메달, 참 잘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는 정치인들의 릴레이 응원도 이어졌었다. 2021년 7월 1일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대표 응원 릴레이 챌린지’를 시작하며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의 펜싱 동작을 따라 한 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지목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종목의 동작을 표현하고, 응원을 이어갈 사람을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이준석 당시 대표는 국회 경내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는 동영상을 SNS에 올리고 “따릉이의 기운을 몰아 사이클의 이혜진, 나아름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필리버스터와 단독 법안 처리 등 무한 정쟁으로 인해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까지 잊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눈가리개에 갇혀있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들이 국민을 보듬는 일에 점점 더 무관심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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