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가 더 낫다" ‘AI 거품론’에도 돈 쏟아붓는 빅테크
"과소 투자의 위험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극적으로 더 크다.(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인공지능(AI) 투자를 두고 언제쯤 수익성과가 가시화할지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AI 거품론'에도 투자 강행 의지를 재확인한 구글 알파벳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 아마존 등도 이번주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AI 투자와 관련한 더 많은 내용이 확인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8일(현지시간) 지난주 알파벳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피차이 CEO의 AI 투자 관련 발언을 언급하면서 "피차이 CEO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피차이 CEO는 클라우딩 컴퓨팅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AI 데이터 센터 건설 방안을 설명하면서 과소 투자보다 과잉 투자가 훨씬 낫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파벳의 올해 자본지출은 480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AI 관련에 투입될 예정이다.
피차이 CEO의 발언은 최근 들어 월가 안팎에서 AI 투자를 둘러싼 거품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MS,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최근 4분기 간 자본지출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한 비용이 막대하다면서 향후 이러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의 AI발 수익을 증명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한 상태다.
바클레이즈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을 대세에서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로 지적했다. 과거 닷컴 열풍 당시 기업들이 대거 광케이블 설치에 나선 것처럼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과도하게 쏟아붓고 있다는 진단이다. 제프리스는 AI의 실적 수혜를 기대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이르면 2025~2026년부터서야 실질적인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 알파벳이 지난주 기대 이상의 깜짝 분기 실적으로 공개하고도 주가가 급락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는 수익 현실화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여전히 구글이 AI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AI 랠리에 열광하던 투자자들이 슬슬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셈이다. 알파벳의 실적 발표 다음 날 나스닥지수는 4% 가까이 급락하며 2020년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확인된 피차이 CEO의 발언처럼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AI 투자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이들 빅테크로선 이미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상황에서 자칫 전체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피차이 CEO가 과소 투자의 리스크를 언급한 직후 "선두에 서기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인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다른 기업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향후 10~15년간 가장 중요한 기술을 선점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기업들이 더 많은 지출을 강요하는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메타, 알파벳 등의 임원들이 자사가 AI 인프라에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은 투자를 적게 할 경우의 위험이 더 크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이번주 예정된 MS, 메타, 아마존 등의 실적 발표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들이 투자를 줄이려는 의향은 거의 없다"고 "피차이 CEO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 MS 등 4개사가 올해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투입하는 비용은 1040억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 소규모 기술기업과 기타 산업의 AI 투자 지출을 포함할 경우 2023~2027년 AI 데이터 센터 관련 투자는 1조4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AI 공급망 관련 6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가 2023년 초 대비 106% 상승했다면서 이러한 모든 관심이 투자 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AI 공급망에 대한 위협도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전력 가용성에서 비롯된 공급 병목 현상, 과대한 인프라 투자 속에 수요 감소 우려 등을 구체적인 위협으로 꼽았다. 이 매체는 "지난주 주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강세장으로 남아있다"면서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AI 툴이 빠르게 개선되고 기업들이 일괄적으로 채택하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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