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주·완주 통합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김영재 2024. 7. 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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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지사 ‘통합 특례시 카드’…현행법으론 불가능
완주군민 30% 넘게 반대 의사…김 지사 ‘재선 위한 정치적 행보’ 의구심
완주군의회는 지난 26일 예정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의회방문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완주·전주 통합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20여 년째 전북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민선 8기 들어 11년 만에 4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어느 때보다 찬반 논쟁이 더 가열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전주·완주가 통합하면 특례시를 추진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지사는 “통합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입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한쪽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커지는 것입니다”라며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통합시를 특례시로 지정해 더 많은 권한 속에서 공공시설 이전, 관광·산업단지 조성, 택지개발, SOC 확충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광역시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에는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완주 군민들이 제출한 '완주·전주 통합건의서'를 전달하고, 통합 특례시 지정과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익산시 수해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전주·완주 통합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의 한 축인 우범기 전주시장도 민선8기 출범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며 “통합에 대한 완주군민의 우려와 걱정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통합과정에서 완주군민이 바라는 방향을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통합 추진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하지만 완주군에서는 반대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군민들 사이에서 불안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통합이 되면 오히려 완주 군민만 불이익을 받는다’는 뿌리 깊은 불신과 피해 의식이 저변에 깊숙이 깔려 있다. 

유희태 군수는 “일부 민간단체의 일방적인 행정통합 추진으로 인해 2013년 주민투표 당시와 같은 주민 갈등이 크게 우려된다”며 “완주군은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맞춰 완주군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시 승격을 추진하고, 전주시·익산시와의 기능적·경제적 상생사업 추진을 통해 전북도의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완주군의회도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자신의 공약을 관철하기 위해 완주군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김 지사가 오히려 완주와 전주통합만이 전북을 살릴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며 전북도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전북도민 모두를 우롱하고 있다”고 즉각적인 사과와 공약 철회를 촉구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통합 반대 기자회견에 60여개 완주군 사회단체 임원, 완주군의회 의원과 완주군 도의원 등이 대거 참여했고 완주군이 도에 제출한 통합 추진 서명부에는 6152명이 찬성했지만 반대 의견을 낸 군민도 3만 2785명으로 완주 인구가 9만8천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군민의 3분의 1가량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지역 통합은 쉽게 풀 수 있는 방정식은 아니다. 물론 그때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전주·완주 통합이 역대 세 차례나 무산된 것만 봐도 일방적인 추진이나 ‘특례시’라는 카드 하나로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1999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이 성공한 사례는 2010년 경남 창원시·마산시·진해시의 창원시 통합, 2014년 충북 청주시·청원군 통합 등 두 차례에 불과하다. 

전주시의회는 지난 26일 완주·전주 상생발전을 위한 3차 토론회를 가졌다. 

김 지사가 제안한 ‘특례시’ 승격도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 김승수 전 전주시장 시절에도 특례시 추진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구 규모인데 전주·완주 통합으로 인구가 75만명 수준이 된다 해도 법에 규정한 100만 명 기준에 크게 모자란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완주·전주 통합시의 특례시 지정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특례시 인구기준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이상민 장관도 “주민 동의가 있다면 중앙정부와 행안부에서 적극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특정 지역 통합을 염두에 두고 법을 개정하기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완주군민들이 우려하는 세금 폭탄과 혐오시설, 부채 등 ‘3대 난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김 지사와 우 시장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하지만 단적으로 지자체 부채 비율만 봐도 완주군이 전주시에 비해 확연히 낮다. 현재 받고 있는 제도적 지원이 유야무야 된다면 전주시민이라도 반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 지사가 26일 완주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을 방문했으나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고,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문화예술회관으로 행했으나 역시 입장할 수 없었다. 완주·통합을 추진하는 김 지사에 대한 완주군민의 첫 집단 반발이다.  

특히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김 지사와 우 시장의 재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일각의 해석이다. 김 지사는 ‘정치적 공방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한 두 지자체 상황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확실하게 보여 줄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3가지 가치로 △일자리와 인구가 선순환하는 자족도시 △편리한 행정 서비스 제공 △역사적 정체성 계승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서비스의 편리성 제고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처리하면 가능하고, 일자리와 인구의 선순환은 통합이 작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인 결과물이 될 수는 없다. 

찬성과 반대의 이면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주·완주 통합 반대가 정치적 ‘밥그릇’이 없어질 것을 염려한 기득권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여론몰이와 보신주의라고 몰아세울 수만은 없다. 다른 지역 통합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주민의 이해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하다.

전주·완주 통합 주민투표는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통합방안 마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주군민 25%가 투표에 참여하고 과반이 넘으면 통과된다.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이번에도 통합이 성사되긴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완주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의 후유증이 깊게 남아 오래간다면 안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비록 천천히 가든지 또 무산되는 일이 있더라도 협력과 동반, 상생의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전주와 완주, 전북 균형발전을 위한 합의와 대타협이 필요하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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