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전공의 없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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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벌써부터 다음 단계로 준비하는 건 전공의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되도록 하는 구조 전환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대신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 또한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큰 틀에서 공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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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 당장 지난 26일 마감한 내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지원자가 전체 응시 대상자의 11.4%에 그쳤다. 작년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제외한 의대생만 따지면 5%만 지원했다. 매년 3000명가량의 신규 의사가 배출됐지만 내년엔 이 공급이 사실상 끊기는 셈이다.
수련병원들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가을 턴)을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의료인력 공백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의사단체들이 내년 초엔 또 어떤 요구를 들고나올지 모르겠지만, 정부로서는 (이번 하반기 모집 이후) 더 이상의 (특례) 기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대로라면 대형 병원에서 수련할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줄줄이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벌써부터 다음 단계로 준비하는 건 전공의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되도록 하는 구조 전환이다. 그동안 전공의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몸집을 키워온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중증·응급 진료에만 집중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8월 말께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고, 9월부터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일정까지 내놨다.
정부는 우선 인력 구조 측면에서 숙련된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협업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수련 중인 전공의의 ‘젊고 값싼 노동력’을 중심으로 병원이 돌아갔다면 앞으로는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PA 간호사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게 먼저지만, 이 또한 각 보건의료 직역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도 개선한다. 전공의 근로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쉬지 않고 연속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인다. 지도전문의를 늘리고, 수련비용 지원 등 국가 책임도 강하게 한다. 하지만 전문의가 부족해 PA 간호사에게까지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과연 어디에서, 누가 수련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화한 것이 없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과정에선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 응급, 심뇌, 외상, 고위험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보내고, 경증환자는 의원급에서 담당하도록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할 생각이다. 이제는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형 병원, 서울 소재 병원으로 전원하겠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요구가 됐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대신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 또한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큰 틀에서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의사 인력이 충분하고 병원의 환자 진료와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 조건에서 가능하다. 미래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교수들이 새로운 전공의의 수련을 거부하는 현 상황에선 섣부르다. 의료 개혁은 차질 없이 진행하되, 의사들을 진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묘책이 우선이다.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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