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지주 보험사 실적…非은행 강화 신중론 ↑
일부 중소형사 적자지속…지주사 자금 수혈 나서
M&A 시장서 보험사 매수 까다로워질 듯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지주 실적을 탄탄히 받쳐주는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대체로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부진하거나 적자가 지속됐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금융지주사의 인수합병(M&A) 전략에 신중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금융 계열 보험사인 KB라이프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2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성장성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2270억원으로 전년동기(2890억원) 대비 21.4% 급감했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금융자산 평가손익과 외환파생손익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고금리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못했으나 회계 이슈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늘었다. KB손보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파생손실 확대에도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방법 변경 관련 준비금 환입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늘었다"고 전했다. IBNR란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겼지만 계약자가 아직 청구하지 않은 금액이다. 보험사는 이에 대한 준비금을 마련하고 부채로 인식한 뒤 나중에 환입한다.
신한금융 계열 보험사인 신한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1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28.6% 증가했으나 금융손익은 48.8% 줄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증권 처분·평가이익 소멸로 금융손익이 줄었으나 신계약 성장으로 CSM 상각이익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상반기 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47억원 확대됐다.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한EZ손해보험은 2022년 출범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 계열 보험사인 하나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9.4% 줄었다. 보험부문에서 157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투자손실이 3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해외투자에서 평가손실이 생겼고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투자쪽에서 손실이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1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장기보험 판매를 위한 IT 인프라 구축 비용이 늘었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한 영향이다.
NH농협금융 계열 보험사인 NH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이 57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77억원 급증했다. 보장성보험 신계약 판매가 늘면서 보험손익이 개선됐다.
NH농협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0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7% 줄었다. 이상 기상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보다 자연재해 피해가 컸다. 이에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등 정책보험 비중이 높은 농협손보의 손실 폭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는 여전히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실적을 탄탄히 받쳐주는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실적 기반이 탄탄한 대형 보험사를 제외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령화와 경제여건 악화로 보험 본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실버산업 확대와 디지털 전환 등 투자 요소는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6일 하나금융은 하나생명보험에 2000억원, 하나손해보험에 약 1000억원의 자금수혈을 결정했다.
M&A 시장에서 보험사 매물이 점차 쌓이는 상황에서 매수자들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시도하며 비은행 부문을 늘리려고 하는 우리금융도 현재 진행 중인 실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M&A 추진 과정에서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보험업 진출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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