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올림픽 휴전'이 무색해진 파리

이현우 2024. 7. 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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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의 특이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역대 최대규모의 경호인원이다.

이처럼 2개의 전쟁을 짊어지고 시작된 파리올림픽의 경호문제는 프랑스 당국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개최할 모든 나라들이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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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수만명 경호, 군사작전 맞먹어
이스라엘·우크라·러 선수단 경호 비상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프랑스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의 특이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역대 최대규모의 경호인원이다. 프랑스군과 경찰 도합 5만5000여명에 사설 경호원 2만여명까지 7만5000명이 넘는 대규모 무장인력이 도심 곳곳을 점거했다. 대공 미사일 기지가 곳곳에 설치되고 4만개가 넘는 바리케이드가 쳐진데다 관광객들의 촬영용 무인기(드론)까지 무차별 격추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 도심 한복판에서 사실상 군사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유례없는 중무장 경호에 대한 프랑스 안팎의 시선도 편치않다. 개최기간에는 휴전을 지키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 올림픽 정신의 근간부터 흔들렸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간 교전이란 2개의 전쟁 틈바구니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국제연합(UN)과 각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휴전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로 열렸다.

본래 올림픽 기간 동안의 휴전은 고대 그리스 올림픽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자 올림픽의 진정한 존속 이유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피아 경기기간 휴전을 '에케케이리아(Ekecheiria)'라고 불렀는데 보통 '신성한 휴전'으로 번역된다. 본래 뜻은 '두 손을 맞잡는다'는 것으로 이 기간만큼은 400여개로 쪼개진 그리스 전역 도시국가들끼리의 전쟁을 중단하고 스포츠로 국력을 겨뤘다. 이에따라 올림픽 기간은 자연스럽게 적대국끼리의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창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근대 올림픽이 1896년 아테네에서 첫 개최된 이후 이러한 휴전 정신은 계승됐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완전히 무색해졌다. UN에서는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이후 30년째 매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휴전 결의안을 발표했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인 8월8일에는 아예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해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때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공격해 국제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올림픽 휴전의 실패는 단순히 올림픽 정신의 훼손 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최국의 막대한 예산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파리올림픽 개최비용을 2020 도쿄올림픽 비용 350억달러(약 48조4855억원)의 4분의 1 수준인 88억달러(약 12조1906억원)만 지출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이미 수만명의 경호인력이 들어가면서 이 비용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 때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호위하는 일회성 비용 뿐만 아니라 분쟁지역 선수단의 경호가 비용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군경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전쟁 당사국 선수들을 24시간 밀착 경호 중이다. 하지만 경기장 인근지역을 포함해 계속 크고작은 테러행위들도 끊이질 않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개막식 전날인 26일에는 파리와 연결되는 북부, 서부, 동부의 떼제베(TGV) 철도 노선에서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2개의 전쟁을 짊어지고 시작된 파리올림픽의 경호문제는 프랑스 당국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개최할 모든 나라들이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호를 위해 사방을 통제하고, 관광객들의 출입도 통제한다면 지역상인이나 주민들도 더이상 올림픽을 반길리가 없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준비 중인 서울시도 안보비용 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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