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보며 자란 장타 괴물… “PGA 투어 메이저 우승 목표”
오거스타GC 마지막 18번 홀(파4), 홀까지 2m가량의 버디 퍼트를 남겼다. 성공하면 우승, 실패하면 연장 승부를 펼쳐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장유빈의 볼이 퍼터 페이스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뒤 볼은 홀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국 골프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우승 순간,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응원 나온 교민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PGA투어 데뷔 2년차 장유빈이 한국인 최초로 ‘명인열전’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장유빈은 4월 13일(한국시간) 202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2년만의 타이틀 탈환에 나선 2024년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픽션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꿈같은 소리라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전혀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일까. 아니다. 장유빈의 골프 스펙과 퍼포먼스 능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현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KPGA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KPGA군산CC 오픈 우승으로 제네시스 대상 1위를 질주한 장유빈에게 PGA투어 진출을 포함한 향후 계획, 그리고 그의 골프 커리어에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는 “11월 2차 예선이든, 12월 파이널 직행이든 간에 올해는 무조건 콘페리투어에 도전할 생각이다”는 뜻을 밝혔다. 파이널에서 상위 25위 이내에 들면 다음 시즌 PGA투어 출전권이 주어진다. 파이널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2차 예선부터 출전해야 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장유빈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하반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일단 목표는 대상이다. 하반기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겠다. 현재 감만 그대로 유지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장유빈의 PGA투어 진출과 성공 가능성은 큰 편으로 예상된다. 최경주(54·SK텔레콤)를 시작으로 PGA투어에 진출해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 중인 한국 선수 중에서 잠재력이 최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은 신장 184cm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가 최대 무기다. 멀리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도까지 높다.
그는 올 시즌 KPGA투어 장타 부문 1위(평균 312.7야드)에 자리하고 있다. 평균 319.9야드로 PGA투어 장타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카메론 챔프(미국)와는 불과 7.2야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KPGA투어 코스가 대부분 산악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질적 비거리는 더 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유빈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장타를 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현재 최대 비거리는 330야드 정도”라며 “드라이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멀리 보내다 보니까 웨지샷 공략 거리가 많이 나온다. 드라이버만큼은 PGA투어에서도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의 장타에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지분도 일정 부분 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부모의 손에 끌려 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7살 때로 돌아가야 한다.
장유빈은 “부모님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조부모님은 할아버지가 테니스, 할머니는 정구 선수 생활을 했던 스포츠인이셨다. 특히 할아버지는 골프도 좋아하셨다”라며 “동네 연습장에서 할아버지로부터 골프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 연습장 모니터에 우즈의 스윙을 반복적으로 틀어 놓았다”면서 “무릎 수술하기 전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우즈의 스윙을 따라 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내 스윙도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스윙이 됐다. 장타를 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유빈의 롤모델은 자연스럽게 우즈가 됐다. 그는 “어린 마음에 우즈라는 선수가 궁금해졌다. 그에 관한 기사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다. 워낙 극적인 순간들이 많았다”면서 “우즈는 매 우승 순간이 짜릿했다. 그래서 팬이 됐고 우즈와 같은 선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병역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도 그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장유빈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김시우(29), 임성재(25·이상 CJ), 조우영(23·우리금융그룹)과 함께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퍼팅 능력이 부쩍 좋아진 것도 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요인이다. 장유빈은 “그동안 퍼팅에 자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퍼팅이 좋아진 것이 제네시스 포인트 1위에 오른 원동력이다. 쇼트, 중장거리 가리지 않고 다 좋아졌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유빈은 집게 그립에다 장갑을 낀 상태에서 퍼팅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키가 자라기 시작한 중2 때부터였던 것 같다. 손에 땀이 많아 장갑을 낀 채 퍼팅을 하기 시작했다”며 “집게 그립도 아마 그때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감각이 무뎌질 것이라는 걱정들을 더러 하는데 집게 그립이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유빈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는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가장 부족한 부분은 퍼팅이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더 보완해야 한다”면서 “그것만 잘 되면 국내는 물론 PGA투어 가서도 충분히 잘할 자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6월 30일 막을 내린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 결과를 보더라도 그것은 괜한 엄살은 아니다. 장유빈은 당시 대회에서 6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며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예약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50cm가량의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 승부 끝에 허인회(36·금강주택)에게 패한 바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장유빈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속이 상할 일이지만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또한 계획하신 것일 거라는 생각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댄 적이 없다. 순탄한 시기만 있어서가 아니다. 골프가 잘 안 돼 지옥같은 나날을 보낸 시기도 있었지만 자신이 세웠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장유빈은 “조부모님의 당부 말씀이 흐트러짐이 없는 나를 만든 것 같다”면서 “초심을 유지한 채 결코 자만하지 않고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PGA투어 대회에서 경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상상한다는 장유빈의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 그것도 한국 선수의 우승이 없는 대회에서 하는 것이다. 그는 “PGA챔피언십은 양용은 프로님이 2009년에 했으니까 마스터스, 디오픈, US오픈 중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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