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비행기 타고 가는 동남아시아, 버스 타고 가볼까요…생각보다 더 가까운 '아세안'

성선해 2024. 7.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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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 지방의 최대 상업도시이자 항구도시인 다낭, 필리핀 중부 지역 섬으로 풍부한 관광 자원이 유명한 세부, 태국의 역사·경제·문화·트렌드의 중심지인 수도 방콕,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발리. 이들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사랑하는 여행지죠.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인데요. 알고 보면 아세안은 한국과도 많은 분야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부터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아세안 문화 탐방 등 아세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3주에 걸쳐 연재합니다.

① 한반도 20배 영토, 세계 5위 GDP '아세안'…유명 관광지 동남아 10개국의 진면목이죠
② 비행기 타고 가는 동남아시아, 버스 타고 가볼까요…생각보다 더 가까운 '아세안'
③ 이국적이지만 알고 보면 친근한 아세안의 맛을 찾아서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장아원(경기도 위례푸른초 6) 학생모델·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아세안휴양림을 찾아 아세안의 여러 문화를 체험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세안 10개국의 문화.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이서준·정하은 학생기자와 장아원 학생모델이 아세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산림청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이하 아세안휴양림)을 찾았죠. 휴양림 속 아세안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한 객실에서 여가를 즐기면서, 아세안 관련 각종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홍석란 팀장과 노현숙 아세안휴양림 숲해설가가 푸른 잔디밭에 있는 깃대 위에서 펄럭이는 아세안 국기들 앞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죠. 아세안 국기들 가운데에는 파란색을 배경으로 흰색 동그란 띠가 둘러진 빨간색 원이 그려진 아세안 상징기가 있었어요. 빨간색 원 안에는 노란 볏짚이 그려져 있었죠. "흰색 동그란 띠는 아세안의 통합을, 빨간색 원 안의 10개의 볏짚묶음은 10개 회원국이 화합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어요."(노)

아원 학생모델이 "아세안휴양림이 설립된 이유가 궁금해요"라고 질문했죠. "2009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산림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아세안 산림고위급회의가 열렸어요. 이후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우호를 상징하고, 국내 거주 아세안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휴식·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국 국민에게 아세안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 2015년 10월 아세안휴양림이 개장했죠."(홍)

아세안휴양림에서는 아세안 10개국 전통 복식의 특징을 반영한 다양한 의상들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아세안 10개국 전통 가옥과 의상 체험

아세안휴양림 안에는 아세안 10개국의 전통 가옥 외형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총 23개의 객실이 있어요. 또 아세안 각국의 전통 복식의 특징을 딴 의상을 입어볼 수도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의상 체험실에서 아세안 각국의 전통 복식 특징이 반영된 의상을 입어봤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형태의 복식에 서준·하은 학생기자와 아원 학생모델이 신기해했죠. 여러 벌의 의상이 걸려 있는 진열대에서 신중히 입을 옷을 고르던 소중 학생기자단은 고심 끝에 각자 마음에 드는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어요.

그로부터 약 5분 뒤,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전통 의상 바주 쿠룽(Baju Kurung)에서 모티브를 얻은 의상을 입은 아원 학생모델이 먼저 탈의실 밖으로 나왔죠. 바주 쿠룽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긴 블라우스와 긴 치마 등으로 팔다리 가리는 전통 의상으로,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와 함께 많이 입어요. 보통 블라우스와 치마의 길이가 길고, 옷의 폭도 헐렁한 경우가 많지만, 아원 학생모델은 상의의 밑단을 짧게 묶어 바주 쿠룽을 재해석했어요.

서준 학생기자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남성복 상의인 바틱(Batik) 셔츠를 착용했어요. 바틱은 촛농(파라핀·왁스)으로 점·선을 천에 그린 뒤 염료를 묻혀 문양을 만든 천을 의미하는데요. 추상적 문양에서부터 새·꽃 같은 구체적 형상까지 다양한 무늬가 바틱에 사용되죠. 또 머리에는 흰색 바탕의 천에 보라색·금색 실로 장식한 남성 모자 꼬삐아를 썼어요. 꼬삐아는 검은색이나 흰색 천으로 만든 디자인이 가장 흔하지만, 다양한 색·무늬·재질의 천으로도 만들죠.

이서준 학생기자가 살펴본 인도네시아 전통 주거 양식을 딴 통코난 하우스는 인도네시아 전통 주거 형태 중 하나를 재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은 학생기자는 품이 넉넉한 바지와 길이가 긴 상의가 특징인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Áo Dài)를 입었어요. 중국의 치파오와 흡사하지만 긴 바지를 입으며, 윗옷의 옆트임이 허리까지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죠. 아오자이는 남녀 모두 착용하는데, 남성용 아오자이는 윗옷의 길이가 여성의 옷보다 짧아요. 아오자이와 야자나무잎을 엮어 만든 삿갓 모양의 모자인 논라를 쓴 베트남인의 모습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돼 한국인의 눈에도 익숙하죠.

복장을 갖춘 소중 학생기자단은 아세안휴양림 내에 있는 아세안 10개국의 전통 가옥의 정취를 느끼러 갔습니다. 맨 처음 만난 건물은 필리핀의 전통 가옥 바하이 쿠보(Bahay Kubo)예요. 지상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사각형의 평면을 만들어 한 칸짜리 오두막을 지었죠. 필리핀의 기후는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집의 바닥을 땅과 떨어지도록 지으면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고, 침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죠.

바하이 쿠보를 둘러보던 하은 학생기자가 "10개 나라 건축양식을 테마로 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지어졌나요"라고 물었어요. "아세안 전통 주거 형식을 기준으로 하되, 각 나라의 궁전·사원은 제외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주거 형식 중에서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대외적인 인지도가 높은 주거 형식을 선별했죠."(노)

필리핀 전통 주거 형태인 바하이 쿠보는 기둥 위에 집을 지은 형태다.


라오스의 라와 하우스(Lawae House) 역시 바하이 쿠보처럼 나무 기둥 위에 집을 지은 형태예요. 이러한 형태는 우기에 침수를 대비할 수 있으며, 건기에는 벌레와 짐승으로부터 거주민을 보호할 수 있죠. 나무 기둥으로 인해 생긴 아래층은 창고나 가축우리, 직물을 짜는 공간 등으로 이용해요.

그다음 살펴볼 건물은 베트남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엣족(킨족)의 대표적인 주거형식을 재현한 비에트 하우스(Viet House)예요. 나무·대나무·잎·흙·돌과 같이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지었으며, 통풍이 용이하도록 곳곳에 환풍구가 있죠. 아오자이를 입은 하은 학생기자가 베트남 국기를 들고 비에트 하우스를 돌아봤는데요. 비행기로 약 5시간은 날아가야 하는 베트남의 정취를 한국에서 느낄 수 있었죠.

아세안휴양림에 있는 전통 가옥을 모티브로 한 객실 중 가장 화려한 건물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Sulawesi) 남부와 중앙지역에 거주하는 토라자(Toraja)족의 주거 양식을 모티브로 지은 통코난 하우스(Tongkonan House)예요.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대나무·등나무 등의 재료로 지은 통코난 하우스는 크고 가파른 지붕이 특징인데요. 집 아래에는 약 2.35m 높이의 공간이 있어요. 이곳은 가축으로 기르는 물소가 밤에 머무는 곳이죠.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가려면 가파른 나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답니다.

베트남 전통 복식인 아오자이를 입고 비엣족의 전통 주거지 특징을 딴 비에트 하우스를 살펴본 정하은 학생기자.

서준 학생기자가 통코난 하우스를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지상과 집 바닥을 분리해서 지탱하는 기둥의 단면이 사각형인 게 눈에 들어왔죠. 이는 앞서 살펴본 필리핀의 바하이 쿠보도 마찬가지였어요. "동남아시아는 기후가 습하기 때문에 기둥을 이용해 집의 본체를 땅에서 분리하는 양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둥이 원형이 아닌 사각형이 많은 이유는 뱀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걸 막기 위함이죠."(노)

아세안휴양림에서는 아세안의 대표 유적을 조형물로도 만날 수 있어요.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 캄보디아에는 12세기 후반 자야바르만 7세 때 세운 성곽 도시인 앙코르 톰(Angkor Thom)이 있어요. 한 변의 길이가 약 3km인 정사각형의 형태로 유명하죠. 앙코르 톰 안에 있는 바이욘 사원에는 '크메르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이 조각된 석탑들이 있는데, 아세안휴양림의 캄보디아관인 크메르 하우스(Khmer House) 앞에는 이 얼굴을 재현한 조형물이 있어요.

캄보디아 바이욘 사원의 유명한 볼거리인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조각을 재현한 모형을 살펴본 장아원 학생모델.

태국 중부지방의 양식으로 조성된 드바라바티 하우스(Dvaravati House) 앞에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 여행 가면 꼭 한 번은 들리게 되는 왕실 사원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를 지키는 약사(Yaksa)를 축소해 만든 조형물이 있죠.

현재 미얀마의 수도인 네피도 이전에 1000년 동안 수도였던 양곤 지역의 국립민속마을에 흔한 건축 양식을 재현한 버마 하우스(Bumar House) 앞에는 양곤 북쪽 언덕에 있는 거대한 불탑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를 축소해 만든 모형이 있었죠.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의 상징물이자 세계 불자들이 찾는 성지로 실제 둘레는 426m, 높이는 100m에 달해요. 겉면은 전체가 황금으로 덧씌워졌고, 내부에는 부처의 유품이 들어 있죠.

대나무 잠자리, 코코넛 밟기…아세안의 놀이 문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주거 형태는 2~3층 구조의 샵하우스(Shop House)입니다. 샵하우스는 싱가포르 중국 화교에 의해 시작된 주거 양식이에요. 1층은 물건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로 활용하고, 위층에는 사람이 거주하죠. 즉, 상인들이 사업과 생활을 한 공간에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아세안휴양림에서 직접 만들어 본 베트남 전통 장난감 쭈온쭈온. 쭈온쭈온은 베트남어로 잠자리란 뜻이다.


아세안휴양림의 다른 건물은 숙박시설로 사용하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고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어요. 하지만 베트남 전통 장난감인 쭈온쭈온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샵하우스는 다르죠. 샵하우스 안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김영묘 숲해설가가 "쭈온쭈온(Chuồn chuồn)은 베트남어로 잠자리를 뜻해요"라고 설명했죠. 비가 많이 오는 열대 기후 베트남에는 강이 발달했죠. 잠자리는 물가·진흙·풀밭에서 알을 낳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에요. 베트남 어린이들은 대나무로 잠자리 모양을 만들어 놀이하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쭈온쭈온입니다.

김 숲해설가가 대나무로 만든 쭈온쭈온 제작 키트와 목공풀, 그리고 사인펜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나눠줬어요. 쭈온쭈온 키트는 크게 잠자리를 만드는 부분과 잠자리를 놓아둘 받침대를 만드는 부분으로 나뉘어요. 먼저 설명서를 보고 잠자리의 몸통과 날개를 순서대로 잘 끼워서 목공풀로 고정하면 두 쌍의 날개를 가진 잠자리 모양이 탄생하죠. 그리고 대나무 마디를 절반 잘라 만든 받침대판 위에 나무막대를 세로로 세워 고정하면 받침대도 완성됩니다.

코코넛 밟기 놀이를 배운 정하은 학생기자. 둥그스름한 코코넛을 신발 삼아 걷는 놀이이기 때문에 균형 감각을 기르기 좋다.


대나무로 만든 쭈온쭈온을 손가락 끝이나 탁자 모서리에 올려두면 실제 잠자리처럼 몸을 까딱까딱하면서 움직여요. 쭈온쭈온의 구조상 잠자리의 머리 쪽이 무겁고, 잠자리의 입에 해당하는 부분에 홈이 파여 있어 갈고리 역할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죠. 김 숲해설가가 열심히 쭈온쭈온을 조립하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날개 각도를 잘 맞춰야 잠자리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팁을 알려줬죠. 조립을 마친 뒤에는 사인펜으로 색칠하고 그림을 그려 잠자리 몸체를 장식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완성된 쭈온쭈온을 샵하우스 앞 잔디밭으로 들고 나왔는데요. 서준 학생기자가 "얇은 막대기 위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네요"라며 신기해했죠.

인도네시아의 발랍 바키약 놀이를 배운 소중 학생기자단.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해서 협동심을 기르기 좋은 놀이다.

아세안 휴양림에서는 쭈온쭈온 외에 다양한 아세안 전통 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요. 먼저 우리나라의 2인3각 경주와 흡사한 인도네시아의 발랍 바키약(Balap Bakiak)입니다. 끈이 달린 3인용 나막신 한 쌍 위에 세 명이 올라타서 이동하는 거죠. 마치 한 쌍의 스키를 세 명이 동시에 신고 이동하는 모습인데요. 나막신 위에 오른 서준·하은 학생기자와 아원 학생모델은 서로 같은 발을 동시에 움직이기 위해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걸었습니다. 처음 만나 서먹한 사이의 어색함이 풀어지고, 협동심과 단합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였죠.
뒤이어 태국 등 코코넛이 많이 나는 나라에서 하는 놀이인 코코넛 밟기가 이어졌어요. "본래 진짜 코코넛을 반으로 갈라서 하는 놀이인데, 오늘은 코코넛을 절반으로 가른 모양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해볼게요."(노) 코코넛 모양 플라스틱은 둥근 공을 절반으로 자른 반원 형태인데, 반원 지름의 양쪽 끝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끈이 연결돼 있었죠. 평평한 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뒤, 그 위에 발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끈을 양손으로 하늘 쪽으로 최대한 당긴 뒤 반원 형태 플라스틱을 신발 삼아 걸어가는 거죠. 땅바닥에 닿는 부분이 둥그스름하므로 처음에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아요. 뒤뚱뒤뚱 걷는 서로의 모습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웃음이 터졌죠.

들이나 길가에 많이 자라며, 토끼가 잘 먹는 풀인 질경이로 제기차기에 도전한 이서준 학생기자. 아세안휴양림에서는 자연과 노는 법도 배운다.


노 숲해설가는 아세안 전통 놀이 외에 질경이로 제기차기, 칡줄기로 비눗방울 불기 등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놀이를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알려줬어요.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한 곳에서 이렇게 신나게 놀 수 있다니. 정말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온 기분이었죠. "우리나라도 어느덧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해야 하는 사회가 됐어요. 여러분이 아세안휴양림에서 한 여러 경험을 통해 아세안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를 바랍니다."(노)
동행취재=이서준(경기도 평촌초 6)·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장아원(경기도 위례푸른초 6) 학생모델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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