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충격의 '결승행 실패' 왜?→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9위…도대체 어디서 밀렸나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같은 종목에 빼어난 선수들이 많아 고전은 예상했지만 준결승 탈락은 예상밖이었다. 황선우가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첫 종목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3년 전 도쿄에서의 첫 올림픽 아쉬움을 풀지 못했다.
지난 3년간 매년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항상 메달을 목에 걸었던 '디펜딩 월드 챔피언'이 바로 황선우여서 더욱 놀랄 만한 이변이 됐다.
황선우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5초92에 터치패드를 찍고 9위에 그쳤다. 남자 자유형 200m는 28일 예선을 실시해 총 25명 중 상위 16명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1~8위가 30일 열리는 결승 무대를 밟는다.
준결승 전체 8위를 차지한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의 기록이 1분45초88인 점을 감안하면 황선우는 0.04초가 부족해 탈락한 것이다.
황선우는 이날 준결승 1조 5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1조에서 5위에 그쳐 결승행이 가능할까란 불안한 마음을 들게 했는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이어진 준결승 2조에서도 황선우보다 좋은 기록을 낸 영자가 4명이 되면서 황선우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준결승 1위는 1분44초53을 찍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수영 괴물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에 돌아갔다. 이어 이 종목 세계적인 강국인 영국의 던컨 스콧이 1분44초94로 2위에 올랐다. 미국의 에이스 루크 홉슨(1분45초19), 전날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루카스 마르텐스(독일·1분45초36), 다크호스 막시밀리아노 길리아니(호주·1분45초37), 지난 2월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1분45초48), 지난해 8월 2023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매튜 리처즈(영국·1분45초63), 일본 자유형의 간판 마쓰모토가 각각 3위부터 8위를 차지해 결승에 올랐다.
물론 결승행 희망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승에 오른 8명 중 한 명 이상이 부상 등으로 레이스를 사전 포기할 경우에 대비해 예비 명단이 생기고 황선우는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실제 예비명단에 있던 선수가 극적으로 레이스에 나서는 상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대회가 4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스포츠 최고의 축제 올림픽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승전을 포기하는 선수가 과연 나올지 희박한 것도 사실이다.
충격적인 탈락이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이 종목 결승에 올라 7위를 기록, 가능성을 알렸던 황선우는 이듬해부터 곧장 세계선수권 메달을 획득하며 파리 올림픽 시상대 한 켠을 차지할 것이란 기대를 안겼기 때문이다.
2022년 여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분44초47의 당시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낸 황선우는 지난해 7월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선 1분44초42로 한국신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우며 동메달을 따냈다. 이어 지난 2월 도하에서 벌어진 2024 세계선수권에선 1분44초75를 찍으면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그토록 원하던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손에 쥐었다,
도하 대회에서의 기록이 아쉬운 면은 있었지만 황선우를 포함한 상당수의 영자들이 파리 올림픽을 겨냥하다보니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휴식과 훈련을 반복하면서 컨디션을 100%로 맞추는 테이퍼링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세계선수권 금메달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더 파리 올림픽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예선은 느슨했지만 준결승부터 강도가 올라갔다. 결국 황선우가 희생양이 됐다.
레이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예선에서 1분46초13으로 4위를 차지했던 황선우는 예선 직후 "내 컨디션도 좋은 상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준결승에서도 초반 100m까진 잘 달렸다. 그는 첫 50m 구간을 24초10을 기록, 선두로 치고 나갔다. 50~100m 구간에서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50초95를 기록,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때까지는 이변과 무관해 보였다.
그러나 황선우가 가장 강한 구간으로 여겨졌던 100~150m 지점을 헤엄 치면서 1분18초62로 페이스가 꺾이며 4위로 밀려났고 결국 150~200m 구간에서도 주춤하며 최종 1분45초92를 기록했다.
구간 기록으로 따지면 100∼150m의 50m 구간 기록이 27초67,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이 27초30으로 뚝 떨어졌다. 황선우의 강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고 오히려 해당 구간에서 밀려버렸다.
황선우가 앞선 3차례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의 성적이 1분45초46, 1분45초07, 1분45초15였다. 세계선수권 때보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준결승 성적이 더욱 나빴던 것이다. 세계선수권 만큼만 했더라면 결승행은 물론 상위권 선수들이 배정받는 3~6레인에서 결승을 치르는 게 가능했는데 150m 지점 앞두고 고전하면서 최악의 기록을 내고 말았다. 올림픽이라는 변수를 제외해도 상당히 부진한 레이스가 되고 말았다.
황선우는 지난 3년간 올림픽 하나만을 위해 준비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많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결승에서 150m 구간까지 1위를 달리다가 오버페이스로 마지막에 7위에 그친 게 상당히 아쉬웠기 때문이다. 고교생이었던 그에겐 경험 부족이 큰 약점이자 교훈이 됐다.
도쿄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 꿈을 풀어내기 위해 지난 3년간 롱코스와 쇼트코스 가릴 것 없이 많은 국제대회에 나서 무수히 많은 메달을 따냈다. 레이스 운영도 크게 늘었다. 지난 2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할 땐 동메달리스트 홉슨이 초반부터 황선우의 힘을 빼기 위해 치고 나서는 등 다양한 작전을 구사했으나 황선우는 말려들지 않고 막판 스퍼트로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올림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구나'란 것을 느끼게 하는 레이스였다.
그러면서 수영전문이 스윔스왬, 통계매체 그레이스노트도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황선우의 꾸준함을 인정하며 그를 파리 하계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동메달 후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황선우에게 올림픽은 징크스 같은 대회로 굳어지고 있다. 황선우는 예선을 마친 뒤 "준결승만 해도 강도가 높다. 결승 때의 98~99% 전력으로 레이스를 하겠다"며 쉽지 않은 승부를 예고하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 결승에도 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황선우는 30일 오후부터 열리는 남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하며 같은 날 남자 계영 800m에서 김우민, 이호준 등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한국 수영사 첫 단체전 메달도 노려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계영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단체전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어 개인전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이뤄야 하는 현실을 맞았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엑스포츠뉴스 등 국내 미디어를 만난 황선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 50m에서 부하가 걸린 느낌이었다"며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3년 동안 파리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너무 아쉽다. 오늘 경기로 내 수영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남자 계영 800m, 혼계영 400m 등 경기가 남았으니, 이 기분을 빨리 떨쳐내고 다음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기운을 냈다.
한편,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리스트 김우민도 황선우와 같은 조에서 달려 1분46초58로 12위에 그치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한국 수영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메달 3개를 목표로 출격했다. 첫 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김우민이 1레인의 기적을 쓰면서 동메달을 획득,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남자 자유형 400m, 남자 계영 800m에서도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안타깝게 황선우가 3년 전 도쿄 올림픽 아픔을 털어내지 못하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제 30일 계영 800m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계영 800m에선 영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한국, 중국, 호주, 미국, 이탈리아 등이 메달 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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