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온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 에이스는 40살 이 선수
[이준목 기자]
NBA(미국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드림팀에서도 에이스는 여전히 르브론 제임스였다. 미국 농구 대표팀이 맏형 르브론의 맹활약을 앞세워 '2024 파리 올림픽 농구' 첫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했다.
미국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피에르 모루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농구 남자부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세르비아를 110-84, 26점차로 완파했다.
▲ 28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C조 경기에 나선 미국 대표팀 르브론 제임스 |
ⓒ AFP=연합뉴스 |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랭킹 1위인 미국은 올림픽에 프로 최정예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최근 8번의 올림픽 중 7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 케빈 가넷, 샤킬 오닐,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케빈 듀란트 등 당대 NBA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 미국 농구대표팀은 '드림팀(Dream team)'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며 올림픽의 인기와 농구 세계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다만 미국 농구 대표팀은 올림픽과 더불어 농구의 대표적인 메이저 국제대회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FIBA 농구월드컵에서는 고전했다. 올림픽과 달리 최근 두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에 실패했고, 심지어 지난 2023년 대회에서는 유망주 위주의 라인업을 꾸렸다가 준결승에서 우승팀 독일에 패하며 '노메달'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농구월드컵에서 세계 최강의 자존심에 흠집이 난 미국 농구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NBA 정예 올스타로 꾸려진 최강의 라인업을 꾸렸다.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랜트, 조엘 엠비드, 제이슨 테이텀, 앤서니 데이비스 등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이 한 팀을 꾸렸다.
사령탑은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이 농구월드컵에 이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들의 이름값 면에서는 '역대 최강 드림팀' 후보로 빠지지않는 1992년, 1996년, 2012년 대표팀 등과 더불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미국 농구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7월에 열린 평가전에서 5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 후보 1순위다운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올림픽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수단에게 졸전 끝에 하마터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하다가 1점차로 겨우 신승했고, 호주와 독일을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파리올림픽에서 미국의 첫 상대가 된 세르비아(FIBA랭킹 4위)는 2023년 FIBA 농구월드컵 준우승팀이자, 지난 시즌 포함 NBA 정규리그 MVP만 3회에 빛나는 니콜라 요키치를 보유하고 있는 강팀이었다. 다소 불안과 우려 속에 시작한 올림픽 첫 경기에서 미국은 두터운 선수층의 강점을 드러내며 예상보다 쉽게 세르비아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승리를 이끈 것은 역시 르브론 제임스였다. 21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친 르브론은 20점을 기록한 요키치와의 에이스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여기에 평가전에서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며 우려를 자아냈던 '득점왕' 듀랜트가 올림픽 본선에서 깜짝 복귀하며 3점슛 5개를 모두 적중시키는 등 23점으로 맹활약했다.
▲ 28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농구 C조 경기에 나선 미국 대표팀 르브론 제임스 |
ⓒ UPI=연합뉴스 |
르브론은 NBA 초년생 시절이던 2004년 아테네 대회(동메달)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대회(이상 금메달)에 이어 벌써 4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20년의 시간동안 르브론은 NBA에서 우승 4회, 역대 통산 득점 1위 등극 등, 여러 가지 거대한 족적을 세우며 마이클 조던(은퇴)의 뒤를 이어 '21세기 최고 농구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르브론은 올해도 40세가 됐다. 웬만한 선수라면 벌써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로, '드림팀 역대 최고령 선수'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한 래리 버드로 당시 만 35세였다. 당시 버드는 은퇴를 앞둔 노장으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드림팀 엔트리에 합류했을 뿐 경기에는 많이 출전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최고령이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첫 출전하게 된 스테판 커리(36세)이며, 2012년 대표팀 최고령으로 노장 취급을 받던 코비도 당시 겨우 34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르브론은 4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NBA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으며 기량 역시 여전히 올스타급이다. 심지어 현역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는 미국 농구 대표팀에서도 에이스의 역할은 마흔 살 르브론이 수행하고 있다는 게 더욱 경이롭다.
르브론은 평가전에서부터 듀랜트의 결장과 엠비드의 부진으로 고전하던 미국 대표팀의 연승 행진을 끝내 지켜내며 고군분투했다. 남수단전 결승 역전 레이업, 독일전 4쿼터에 흐름을 가져오는 3점슛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클러치타임'의 해결사로 나선 것은 마흔 살 르브론이었다.
세르비아와의 올림픽 첫 경기에서도 르브론은 고비마다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은 3쿼터 4분여를 남겨놓고 요키치의 공을 스틸해낸뒤, 단독 코스트 투 코스트에 이은 골 밑 돌파로 속공을 마무리시킨 순간이었다.
세르비아 수비가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공중에서도 몸싸움을 이겨내며 완벽한 보디 컨트롤로 기어코 슛을 성공시키는 르브론의 집념은, 왜 아직도 그가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지를 잘 보여준 순간이었다. 르브론은 득점을 따낸 뒤 곧바로 일어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두드리는 호쾌한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동료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현재 NBA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요키치에게 마치 대선배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미국은 2차전에서 지난 평가전에서 하마터면 굴욕을 안길 뻔했던 '복병' 남수단을 다시 상대한다. 미국은 C조에서 세르비아, 남수단, 푸에르토리코와 경쟁하며, 각 조 2위까지 8강에 오르고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2개 나라가 8강에 합류한다. 남수단은 이날 푸에르토리코를 90-79로 제압하면서 역사적인 올림픽 첫승을 신고하며 '언더독' 돌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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