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車 교역 흑자 역대 최대인데…대선 후 철퇴 우려
美 보호무역기조↑…대선 후 문제 제기할수도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교역 흑자가 올해 1~5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의 미국향 수출이 대폭 늘어난 반면, 미국차 수입은 오히려 줄어든 결과다.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공장에 배정한 차종도 미국에서 많이 팔렸는데, 미 대선 이후 통상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승용차 부문 미국의 무역적자(한국 입장에선 흑자)는 635억달러로 집계됐다. 10인 이상 승합차나 화물·특수차는 제외됐다. 미국 입장에서 적자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멕시코(177억달러)였으며 대(對)한국 자동차 무역적자는 157억달러로, 2위 일본(163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 기간 한국을 상대로 한 자동차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다.
미국의 자동차 적자 확대가 주목받는 건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차 부문 적자는 1~5월 기준 2022년 423억달러에서 지난해 519억달러, 올해는 634억달러로 해마다 100억달러씩 증가했다. 대한국 자동차 적자 규모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된 이후 오히려 확대되면서 1~5월 기준 2019년 55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 미국의 자동차 적자 주범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 일본이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가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갔다. 코로나19가 불거지기 전인 2019년 미국의 대일 자동차 적자 규모는 168억달러로 우리나라(55억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미국의 자동차 적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 반면, 수입은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회사인 현대차·기아는 중국 사업이 부진해지자 주요 공략시장으로 미국을 점찍었다. 현지 가동 중인 공장 생산량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한국 공장에서 만든 완성차를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최근 1~2년간 환율 영향으로 미국향 수출을 늘리는 데 한층 더 집중했다.
한국GM이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현지 반응이 좋아 생산물량 상당수를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한국GM이 생산하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모델별 수출 순위에서 1위, 4위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이 34만501대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한국GM(22만6311대), 기아(21만2665대) 순이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줄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주로 독일 등 유럽계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테슬라가 북미공장에서 만든 전기차를 한국에 들여왔으나 이마저도 중국 상하이공장으로 수급선을 바꾸면서 미국산 차 수입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럽 브랜드가 북미공장에서 만드는 차종을 한국에 수입하나 물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 대선 이후 불공정 무역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취임 당시 자동차 업종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분야로 꼽은 바 있다. 값싼 외산 자동차가 미국에 수입된 탓에 자국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를 폈다. 현 집권당인 미국 민주당 역시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을 우군으로 두고 있어 외산 자동차가 밀려드는 상황을 손 놓고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FTA 재개정 움직임이 또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외화벌이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게 마냥 긍정적인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미국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한미 간 자동차 교역이 균형 잡히지 않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상황에 따라 미국 생산물량을 늘려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오는 4분기부터 가동한다.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변경했는데, 정책이나 수요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미국은 과거부터 자동차 교역을 무역적자의 주요인으로 보고 있는 데다 한미FTA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다뤄왔다"며 "상대적으로 느슨한 원산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식으로 FTA 개정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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