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세금유예…벤처업계 "활성화되려면 요건 완화부터"

김대현 2024. 7. 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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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시행된 복수의결권 제도
까다로운 요건에 발행 기업 1곳뿐
"양도세 유예 외에도 추가 개선 필요"

벤처기업의 외부투자 유치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복수의결권 주식(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 제도가 각종 제한 요건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복수의결권 주식 취득을 위해 현물을 출자할 때 양도소득세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벤처 업계에선 “까다로운 주식 발행 요건부터 개선돼야 기업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주식 취득을 위한 현물출자 시 양도세 과세를 유예하는 과세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경우, 유예된 양도세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될 때(존속기간 만료 및 상속·양도, 창업주의 이사직 상실, 증권시장 상장 등) 과세한다. 특례는 내년 1월1일 이후 현물로 출자하는 분부터 적용되며, 특례를 받기 위해선 현물출자일이 속한 반기 말일부터 2개월 안으로 신청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복수의결권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당초 복수의결권 제도는 스타트업·벤처 및 투자 업계의 숙원으로 꼽혔다.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지분 감소와 경영권 불안 등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받기 주저하는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벤처캐피털(VC) 등 외부의 투자 및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소속인 미국·영국·프랑스 등 약 17개국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고,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주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했다. 복수의결권 존속 기간은 최장 10년이며, 이후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기업이 상장할 경우엔 존속기간이 남은 기한과 상장일로부터 3년 중 짧은 기간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고 9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단 1곳에 그쳤다. 지난해 벤처기업협회 설문조사에서 벤처기업 291개사 중 70.8%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추산상 복수의결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300~400여개로 추산된다.

그간 ‘구주를 현물로 출자하는 경우 대량의 양도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과 관련한 업계의 가장 큰 우려사항 중 하나였다. 한 VC 관계자는 “스타트업·벤처 기업 창업주는 갖고 있는 현금이 많지 않다. 그래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때 갖고 있던 구주를 현물로 출자하려는 것인데, 이는 차익실현 등을 이유로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며 “외부 자금 유치와 기업공개(IPO)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처음 분위기와 달리 여러 기업이 제도 활용을 망설인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올해 초부터 세금유예를 위한 특례 도입을 추진해 왔다.

벤처 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개선책 자체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협회에서 창업주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취득할 때 대량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어 부담된다’는 의견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개선 방안에 굉장히 고무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에 대한 소급 적용 요구는 이번 개선안에 반영되지 않아 업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적용 시기가 내년부터로 정해진 만큼, 기업이 올해 하반기 중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도 관련 혜택을 받기 어렵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세금 문제 이전에 ‘까다로운 주식 발행 요건’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누적 투자가 1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마지막 투자는 50억원 이상 규모여야 한다. 또한 투자 유치로 인해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내려가거나 최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나야 발행 요건이 충족된다. 스타트업·벤처 기업 중에선 이 같은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해 제도 자체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민형 팀장은 “도입 당시부터 협회 차원에서 계속 개선을 요청하는 부분”이라며 “투자금 관련 요건의 규모가 과다한 경향이 있고, 해당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로 창업주의 지분율이 이미 하락한 기업들도 많은데, 최근처럼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선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더욱 어렵다”고 전했다.

‘상장과 관련한 복수의결권 존속 기한’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상의 복수의결권 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창업주가 적극적으로 회사를 상장하고, 상장 후에도 여러 투자자의 단기적 재무 성과 압박에 일방적으로 휩쓸리지 않은 채 경영 리더십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미국과 홍콩 등에선 상장 시에도 복수의결권 제도를 그대로 인정한다. 일본은 의결권이 적은 주식의 상장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상장을 했다고 복수의결권 제도를 종료하지 않는다. 입법 과제로서 검토할 부분”고 강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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