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뜨자 당황한 극우…성·인종차별 공세 과열

전웅빈 2024. 7. 2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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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상(浮上)이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되면서 성 및 인종 차별적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원색 비난을 신호탄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이 공화당 캠페인 중심에 오르는 모양새다. 공화당의 공격이 젊은 층과 여성, 유색인종 등 민주당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오고, 공화당의 중도·무당파 확장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무산된 이후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 밈이 부활하는 등 우파의 표적 공격이 거세졌다”며 “극우 포럼에선 해리스 부통령 정체성에 대한 모든 측면을 겨냥한 비방이 넘쳐났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세바스찬 고카는 영국의 우파 매체 GB뉴스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을 “질과 적절한 피부색이 유일한 (후보) 자격인 재앙”이라고 불렀다.

WP는 “신나치주의자들은 인도와 자메이카 혈통을 가진 해리스의 유대인 남편 더그 엠호프에 대해 반유대주의적 비방을 퍼붓고 있다”며 “큐어넌 음모론자들은 해리스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가짜 사진을 유포하고, 그를 ‘딥스테이트(deep state·정부를 움직이는 엘리트 비밀 조직)’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 랜스 월나우는 “(해리스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불길한 방식으로 이세벨의 정신을 대표한다”며 “인종적 요소가 있고, 더 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세벨은 구약시대 선지자 엘리야를 살해하려 했던 잔인한 인물로 사악한 여성을 상징한다.

네거티브 공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바이든 대통령 후보직 사퇴 이후 벌인 첫 공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최악인 극좌파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뒤 공화당 캠페인의 주류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을 ‘악마’라고 부르고 웃는 모습도 이상하다는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는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공격은 해리스의 정책에 집중하려는 공화당의 공동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 단체 등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를 위한 흑인 미국인’ 등 단체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이 흑인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자기 삶에서 비참한,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라고 비난한 발언이 여성 유권자들을 민주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BS 방송에 나와 “트럼프가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건 그가 민주당을 위해 한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라며 “아마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가 왜 이자를 골랐을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A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지난 26~27일 성인 1200명 대상)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43%로 집계됐다. 한 주 전 같은 조사(35%)보다 8% 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특히 무당층 44%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호감을 표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36%로 4% 포인트 하락했다.

해리스 캠프는 최근 일주일 동안 2억 달러(약 2771억 원)의 기부금이 몰렸고, 이중 새로 후원에 동참한 사람만 17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극우 마가를 “그냥 완전히 이상한 집단”(just plain weird)이라 부르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예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할 때 쓴 표현이지만, 최근 관련 동영상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자 캠페인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화당 정강·정책 문구인 ‘상식으로의 복귀’를 조롱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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