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회계신뢰도 높이려면 복식부기제도와 외부감사 전면 실시 필요
필자는 제39~40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재임할 때 입증책임제도와 비례책임 제도를 도입하고 부채과다법인의 감사를 실시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의 선진 경제와 투명한 회계제도의 정착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2023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국제적 회계신인도 순위는 총 67개국 중 41위로, 국제적 회계신인도와 재무제표의 국격을 높이는 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데 회계신인도가 41위라는 것은 회계전문가로서는 치욕스러운 일로 느껴진다.
이는 모든 회계 기록이 복식부기에 의하여 빠짐없이 기록되어야 함에도 외부감사를 받는 5만여 개의 회사를 제외하고, 정부 산하기관들을 포함하여 많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노동조합, 비영리단체들은 대부분 단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를 하고 있으며, 주식회사 외부감사법에 의해 4만2000여 개의 영리 법인들만이 외부감사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회사만이 아닌, 공기업·노동조합·종교법인과 관련 단체 및 수많은 비영리 법인도 감사 전문가인 공인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를 통하여 회계의 투명성을 인증받아야 한다.
회사 감사는 건강검진과 같다. 사람은 의사의 종합검진을 받을 때 의사가 요구하는 모든 자료 제출과 검사절차의 이행 및 관련 비용 부담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반면 기업의 투명성을 밝히려는 회계감사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사실대로 받지 않으려고 자료 제출 및 관련 비용 부담에 아주 비협조적이다.
공인회계사는 회사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감사인으로서 소신 있게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 소명이다. 그렇지만 문제를 정확히 밝혀 야기되는 고객 상실의 불안과 문제점을 간과함으로써 야기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사이에서 고공의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곡예사의 슬픈 운명에 항상 직면한다. 특히 회계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제안하면 정확한 사실이 표시된다는 이유로 감사인을 교체하고, 감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경쟁 입찰을 통하여 대폭 할인하는 등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례들도 빈번한데,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감사 결과 ‘적정의견’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적정의견이란 회사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회사의 재무제표가 기업회계 기준에 맞게 작성됐다는 것을 뜻하는 데도 기업들은 대외신용평가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에 적정의견에 집착한다. 특히 기업이 정확한 회계 처리를 기피하고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는 근본 목적은 금융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을 유지함으로써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상속세 문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상속세율도 문제지만 상속재산 평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부동산이 상속재산의 대부분인 기업은 최근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상속재산 평가액 증가와 이를 따라가지 못한 낮은 상속 공제액 등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모든 기업의 투명한 회계처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감독 당국은 등록법인들에 대한 조직감리의 경우 회계감사 수행의 적정성에 대한 감리에 한정하고, 세무·M&A·경영·인사·자금·보상체계 등은 회계법인의 자율에 맡기고, 복식부기의 전면 실시 및 감사 대상 회사 확대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회계신인도를 높이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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