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자립준비청년의 멘토가 되어 희망을 전해 주세요
‘무기력해도 괜찮아, 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잠깐 햇볕을 쬐어보고, 맛있는 치킨 한번 뜯어보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벗어나 단지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이 아픔은, 이 고통은 오래가지 않아. 이 또한 다 지나갈 거야.’
생을 마감하려던 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제가 남겨주었던 메시지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힘들어하는 청년이 있다면 이 글귀가 무릎 한번 굽혀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작은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란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해 아동양육시설·그룹홈·위탁가정에서 성장한 뒤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가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을 말합니다. 제가 만난 자립준비청년들은 정신과적 어려움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힘들어하지만, 결론은 모두 하나같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어 애면글면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현재 전국 17개 각 시도에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있습니다. 저는 2022년부터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자립지원전담인력으로 근무하면서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정착을 위해 교육·컨설팅·사례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립지원전담인력 한 명이 감당하는 자립준비청년은 수십 명이기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도 역부족일 때가 많습니다.
제가 만난 자립준비청년은 보통의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꿈을 가지고 있고, 또 갖기 위해 노력하고, 야무지게 미래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어요. 일반 청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지할 부모가 없다는 거죠.
‘자립지원통합서비스’라는 제도를 통해 선정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일대일 맞춤형 통합사례관리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어려운 점을 듣고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이야기 나누고, 주거물품·치료비 및 필요한 공부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죠.
몸이 허약해 수많은 수술을 견뎌야 했던 청년, 보이스피싱 회사인 줄 모른 채 연루되어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 홀로 아이를 낳아 길러야 했던 청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보호자 등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던 청년, 정신과적 어려움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청년 등 많은 보호예정아동 및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며 저는 늘 부모가 되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이 한탄스러워 남몰래 운 적도 많았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겐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멘토, 사회적 지지체계가 필요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습니다. 그와 같은 취지로 제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멘토-멘티 함께서기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마을의 구성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도민이 참여하여 자립준비청년의 성장을 돕는 일이지요.
저는 이 일이 사회적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면서 매우 중요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손길 하나하나가 한 자립준비청년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 굳게 믿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저의 메신저 메시지의 문구는 ‘너는 꽃, 나는 풀잎’입니다. 저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꽃 같은 자립준비청년에게 풀잎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꽃피는 자립준비청년에게 희망을 전할 나비가 되어 줄 멘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원 문의: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1566-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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