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차만 확인한 한·러 외교… 北대사는 악수요청에 뒷짐

박준상 2024. 7. 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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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한 후 한·러 외교수장이 국제무대에서 처음 조우했지만 양국의 온도 차만 드러낸 채 돌아섰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얼어붙은 남북 분위기도 장관급 다자회의를 통해 고스란히 확인됐다.

다만 두 장관은 지난달 북·러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대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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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러 장관과 20분 약식회동
북·러 조약에 ‘안보위협’ 우려 전달
ARF 의장 성명 회의 뒤 채택 불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한 후 한·러 외교수장이 국제무대에서 처음 조우했지만 양국의 온도 차만 드러낸 채 돌아섰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얼어붙은 남북 분위기도 장관급 다자회의를 통해 고스란히 확인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현장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20분가량 약식 회동했다. 두 장관은 현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두 장관은 지난달 북·러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대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조 장관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북·러 협력은 방어적인 것이며 공세적인 의도가 아니라고 대응했다. 이에 조 장관은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추가적인 발전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후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러 대표들의 ‘외교적 고립’ 상황도 드러났다. 이들은 다른 국가 외교수장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과 관계가 편한 나라는 몇 없다”며 “겉으로 보이는 것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고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북한을 공개 비판하는 국가들도 있었다.

ARF의 결과 문서인 의장 성명은 회의 종료 후 곧바로 채택되지 못했다. 향후 일주일가량 조율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 ARF 회의 외에도 각종 다자회의에서 북·러 밀착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지만 해당 내용이 성명에 포함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관련 문제는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장관은 지난 26일 밤 의장국 주최로 NCC에서 열린 갈라만찬 중 북한 대표로 참석한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리 대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조 장관이 만찬장에서 리 대사에게 직접 다가가 악수를 요청했음에도 리 대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뒷짐을 진 채 정면만 응시했다. 조 장관은 “이야기하려고 다가갔다. 반응이 있어야 대화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리 대사는 한국 취재진의 쏟아진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안 좋은 상황이니 아마도 평양에서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엔티안=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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