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아람코∙에니, '대왕고래' 투자 검토 중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글로벌 메이저 석유·가스 기업인 아람코(ARAMCO)와 에니(ENI)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아람코와 에니를 상대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로드쇼(투자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조만간 두 기업 본사를 각각 방문해 심층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로드쇼와 관련된 정보는 비공개 사안이라 밝힐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국영 기업이다. 2019년 12월 전체 지분의 1.5%를 사우디 증시에 상장하고 약 294억 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면서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 자리에 오른 적 있다. 한국과의 관계도 밀접하다. 국내 주요 정유 기업인 에쓰오일의 최대주주가 아람코다. 아람코와 더불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투자를 검토하는 에니는 이탈리아 국영 기업이다.
두 기업에 앞서 서구권 최대 메이저 석유·가스 기업인 미국 엑슨모빌(ExxonMobil)도 석유공사 로드쇼의 문을 두드렸다. 엑슨모빌은 투자 여부와 별도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 분석 결과(추정 매장량 최대 140억배럴, 2000조원 안팎 가치)를 검증하는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페트로나스(Petronas) 등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통해 개발 비용을 아끼고 국내 기업만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동안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프로젝트 신뢰성 논란도 진정될 전망이다. 현재 산업부는 해외 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걸 막기 위해 조광료(租鑛料) 제도를 손보고 있다.
현행 해저자원광물법 18조 등에 따르면 해저조광권자는 해저조광구에서 해저광물을 채취했을 때 조광료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내야 하는데, 생산한 석유·가스 판매가액(가공·저장·수송 비용 등을 공제)의 최대 12%에 그치게 돼 있다.
석유공사는 오는 12월부터 진행하게 될 탐사시추(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파보는 일) 준비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7개로 구성된 유망 구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왕고래’부터 파본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음 달까지 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친 뒤 시추 지점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24일엔 프로젝트의 전진기지로 부산이 경북 포항을 누르고 선정됐다. ‘항만시설 및 하역’ 용역 입찰에서 부산신항만다목적터미널㈜이 낙찰된 것이다. 포항영일신항만㈜은 경북도·포항시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나타냈지만, 기상(氣象) 등 조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탓에 실패했다.
석유공사는 부두 접근성과 항만 하역 경험 등을 기준으로 부산신항을 낙점했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이뤄지는 탐사시추 작업을 진행하려면 인력과 물자를 나를 보급선을 운영할 배후 항만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보안상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대왕고래 유망구조(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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