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의대 '교수 충원'도 따진다…의평원 기준에 대학들 "부담"

서지원 2024. 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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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앞. 뉴스1

" 지금처럼 의정 갈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의대가 교육과 진료, 평가 준비까지 한다는 건 가혹한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
의과대학이 있는 한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의평원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를 한다.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신입생을 뽑을 수 없다.


주요변화평가, 학생·교수·시설 등 기준 ‘촘촘’


정근영 디자이너
29일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 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의평원은 학생·교수와 교육과정, 시설 등 51개 항목으로 각 의대를 평가한다. 2019년부터 적용 중인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ASK2019) 92개 중 의대 증원으로 영향이 예상되는 기준들을 선별한 것이다. 2017년 서남대 의대생들이 전북대와 원광대로 편입되며 받았던 주요변화평가 당시 기준(15개)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교수에 관한 평가가 촘촘해졌다. 의대 증원에 따라 교수 충원이 제대로 됐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가 권고하는 기초의학 분야별로 적절한 수의 교수를 확보하고 있다 ▶각 임상의학 전공과목별로 적절한 수의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다 등의 항목을 평가한다.

▶의대가 교수를 채용할 때 연구·교육·임상 업적에 대한 기준이 있는지 ▶교수가 교육을 위한 연수와 교수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지도 본다. 교수의 연구를 위한 개인 교수실(채광·환기·냉난방 등)과 연구 기자재 확보 현황도 평가 대상이다.

학생 평가에 관한 항목도 크게 늘었다. ▶의도한 교육 성과와 교육 방법에 적합하게 학생 평가를 하고 있는 지 등을 본다. 시설 분야에서는 학생 교육을 위한 강의실·실험실습실뿐만 아니라, 휴게실·매점·사물함 등이 충분한지도 살핀다.


30일 설명회부터 일정 시작…대학들 “계획 막막”


정근영 디자이너
평가 주기도 짧아졌다. 의평원은 의대 증원이 결정된 2024년도부터 졸업생 배출 전까지 총 6년간 매년 평가를 한다. “매 학년 올라가면서 요구되는 교육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안덕선 의평원장)이라는 취지다. 올해는 30일 평가 설명회를 시작으로 11월 30일까지 의평원에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평가를 준비하는 대학들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에서는 “국회 예산이 확정되는 일정과 대학 회계 연도 등을 고려해 의대 교육 투자 계획은 1월 이후에 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사립대 의대 학장은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교수가 충분하지 않은 일부 사립대는 몇 년 후를 내다보고 계획을 써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원화 의총협 회장(경북대 총장)은 “설명회 전후로 대학들의 의견을 모아 의평원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에 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덕선 의평원장 “대학 의견 반영하겠다”


지난 15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내년 2월 평가 결과에 따라 의대의 인증 기간이 단축되거나 인증 유형이 ‘불인증’으로 변경될 수 있다. 의료계는 이번 증원으로 의학교육 질이 악화하면 인증에서 탈락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오는 9월에 발표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이 의평원의 평가에도 반영될 것이란 입장이다.

안덕선 의평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평가 기준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30일 설명회에서 대학 관계자와 교수, 의대생 등에게 평가 기준을 설명하고,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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