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사태해결 위해 700억 조달”… 사퇴한 구영배 행방 묘연

이가현 2024. 7. 2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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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그룹발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회사인 큐텐 측은 다음 달까지 700억원가량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 측은 금융 당국에 정산 지연 사태 해결을 위해 해외 계열사 '위시' 등을 통해 자금 5000만 달러(약 693억원)를 조달하겠다고 보고했다.

큐익스프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 대표의 사임을 알리며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에 영향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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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
그나마도 조달 가능한지 의구심
큐텐대표직 사퇴 ‘무책임’ 지탄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사무실 유리벽에 소비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를 규탄하는 문구가 여러 장 붙어 있다. 이날 사무실을 찾은 한 피해자가 해당 문구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한형 기자


큐텐그룹발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회사인 큐텐 측은 다음 달까지 700억원가량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책임자인 구영배(사진) 큐텐그룹 대표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 측은 금융 당국에 정산 지연 사태 해결을 위해 해외 계열사 ‘위시’ 등을 통해 자금 5000만 달러(약 693억원)를 조달하겠다고 보고했다. 위시는 큐텐그룹이 2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위시의 재무구조 역시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 당국이 추산한 5월분 정산 지연금만 1662억원에 이른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주기는 두 달로, 6~7월분 정산 시기가 도래하면 큐텐이 확보해야 할 자금 규모는 훨씬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700억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게 자명하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데 구 대표의 무책임한 행보가 계속되며 지탄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전날 큐텐그룹 대표에서 사임했다.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구 대표가 오히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비판의 강도가 높아졌다. 큐익스프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 대표의 사임을 알리며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에 영향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던 큐텐그룹의 핵심 사업체다.

구 대표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문제다. 구 대표는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던 지난 18일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간헐적으로 소통하며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고 수습책을 찾는 중”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구 대표가 이미 해외로 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700억원 자금 조달이 실제 가능한 것이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현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 상황도 열악하다.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손실과 99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위메프와 티몬의 자본금은 두 곳 합쳐 -8000억원일 정도로 심각하다.

구 대표에 대한 형사고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몇 로펌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 절차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현 상황만으로는 업무상 배임죄나 사기죄 등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집단소송과 관련해서는 “승소하더라도 자금 지급 여력이 없는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들로부터 피해 금액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구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1세대였던 구 대표가 큰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확장하려 했던 것 같지만 무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사임 대신 공개석상에서 사과하고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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