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 여자 양궁 10연패 이끈 에이스 임시현 "메달? 무겁고 좋다"

29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 파리=김성룡 기자

에이스의 부담을 멋지게 이겨냈다.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21·한국체대)이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10연패에 힘을 보탰다.

임시현,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점수 5-4(56-53, 55-54, 51-54, 53-55, 28-27)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메달의 무게를 묻자 "무겁고 좋다"고 답한 임시현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10연패를 할 수 있어 영광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선 왕좌를 지키는 거지만, 멤버가 바뀐 저희에겐 새로운 목표였다"며 "우리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 역사를 훈영 언니, 수현이랑 같이 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승부였다. 준결승에서도 세트 스코어 4-4로 맞서 슛오프(연장전)를 치렀던 대표팀은 결승에서도 1, 2세트를 따내 4-0으로 앞섰으나 3, 4세트를 내줘 또다시 슛오프 승부를 벌였다.

금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보인 임시현. 연합뉴스

임시현은 "슛오프 가기 전에 오조준 포인트를 잘못 잡아서 두 발 다 8점을 쐈다. 정말 많이 걱정됐는데, 성공시켜야 하는 발이어서 많이 긴장했다. 열심히 노력한 게 한 발로 무너지면 안 되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다.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모두 올림픽이 처음이다. 맏언니 전훈영과 막내 남수현은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에도 나선 적이 없다. 무엇보다 앞의 두 선수가 쏜 뒤 세 번째로 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에이스인 임시현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 선수 중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결선에서 쏜 26발 중 21발(10점 10개, 9점 11개)을 노란 영역에 꽂아넣었다.

압박감을 이겨내고, 중심을 잘 잡은 임시현은 "중압감이 없진 않았지만 (내가 못하면)모두에게 영향이 간다. 개인전은 실수해도 내 탓, 잘하면 내 덕이지만 단체전은 3명이 메달을 못 따는 거라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보다 국민의 기대가 크고, 응원도 더 많이 받았다. 그때보다 긴장도 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했다. 많은 한국 관중들 앞에서 잘 끝내서 기분좋다"고 했다.

랭킹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임시현은 이제 개인전과 혼성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다시 한 번 3관왕을 노릴 수 있다. 임시현은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죠"라며 웃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