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양궁, 10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 쾌거!…슛오프 끝 중국 꺾고 '역사 창조'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그러나 승자는 이번에도 한국이었다.
한국 여자 양궁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만리장성 중국이 한국인 코치까지 쓰면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한국이 끝내 이겼다. 한국 여자 양궁이 이겼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의 역사를 썼다. 대만, 네덜란드, 중국을 차례로 격파하고 파리 하늘 아래서 힘차게 애국가를 불렀다.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트 스코어 4-4(56-53 55-54 51-54 53-55)로 비긴 뒤 슛오프(SO)에서 29-27로 이겨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은 이날 결승에서 1엔드부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훈영-남수현-임시현 순서로 활시위를 당긴 가운데 10점-8점-9점-10점-10점-9점을 쏘면서 56점을 얻었다. 53점에 그친 중국에 3점 차로 앞서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2엔드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우승을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10점-9점-10점-9점-8점-9점으로 55점을 얻어 54점을 기록한 중국을 1점 차로 제쳤다. 2엔드 마지막 사수이자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이 9점을 꽂으면서 한 점 차 승리를 완성했다. 세트 스코어 4-0을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한국을 누르고 우승했던 중국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은 전훈영과 임시현, 남수현이 3엔드에서 한 차례씩 8점을 쏘면서 주춤했다. 총점 51점으로 예상보다 많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중국은 3엔드 8점-10점-8점-9점-9점-10점으로 54점을 기록, 3점 차로 한국을 앞서면서 승부를 4엔드로 끌고갔다.
한국은 4엔드에서도 승부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슛오프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 10점-8점-8점-10점-9점-8점으로 총 53점을 기록, 10점-9점-9점-10점-8점-9점으로 55점을 얻은 중국에 밀려 세트 스코어 4-4 동률이 허용했다.
결국 승부는 준결승에 이어 슛오프(SO)로 향했다. 한국이 웃었다. 두 팀은 나란히 27-27을 기록했으나 전훈영의 첫 발과 임시현의 세 번째 발이 최초 9점 판정 후 추가 확인이 필요한 'UNSURE' 판정이 나왔다. 확인 결과 모두 10점 선에 걸치면서 10점-9점-10점으로 29점을 얻었다. 양궁에선 화살이 선에 맞을 경우 더 높은 점수로 인정한다. 8점-10점-9점으로 27점에 그친 중국을 2점 앞서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한국은 올림픽 양궁 단체전이 처음으로 신설된 1988 서울 대회부터 이어져 온 연속 대회 금메달 행진을 '10'까지 늘렸다. 여러 고비도 있었지만 위기 때마다 더 강해지는 특유의 근성으로 세계 정상에 또 한 번 섰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98 서울 대회 김수녕-왕희경-윤영숙 ▲1992 바르셀로나 대회 김수녕-이은경-조윤정 ▲1996 애틀랜타 대회 김경욱-김조순-윤혜영 ▲2000 시드니 대회 김남순-김수녕-윤미진 ▲2004 아테네 대회 박성현-윤미진-이성진 ▲2008 베이징 대회 박성현-윤옥희-주현정 ▲2012 런던 대회 기보배-이성진-최현주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기보배-장혜진-최미선 ▲2020 도쿄(2021년 개최) 대회 강채영-안산-장민희가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임시현-남수현-전훈영이 대선배들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 양궁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한국 여자 양궁은 앞서 개회식 전날인 지난 25일 단체전 금메달을 예고했다. 단체전 랭킹 라운드에서 2046점을 기록, 역시 한국이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기록한 2032점을 14점 경신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 1위를 차지했다. 1996점을 찍은 중국을 무려 50점 차로 크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5발을 덜 쏴도 2위를 이길 수 있는 실력이라는 뜻이었다.
한국 여자 양궁은 랭킹 라운드 결과에 따라 1라운드(12강전)을 치르지 않았다. 랭킹 라운드 8위 미국과 9위 대만의 승자와 준준결승부터 단체전을 시작했다.
한국은 이날 8강전에서 주이징, 레이젠잉, 리짜이지로 팀을 꾸린 대만을 세트 점수 6-2(52-51 52-56 54-53 56-54)로 물리쳤다. 8강전에서 마지막 사수의 중책을 맡은 임시현은 한 발도 빠짐없이 9점 이상을 쏘며 승리에 앞장섰다.
네덜란드와 격돌한 4강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승부였다. 한국은 1엔드에서 57점을 쏘며 53점에 그친 네덜란드를 4점 차로 제치고 기선을 제압했지만 2엔드에서는 임시현-전훈영-남수현이 각각 3~5번째 발에서 8점을 쏘면서 점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총 52점으로 53점을 쏜 네덜란드에 1점 차로 밀리면서 2엔드를 내줬다.
한국은 3엔드에서도 단 1점 차로 네덜란드에 고개를 숙였다. 10점(전훈영)-10점(남수현)-9점(임시현)-9점(전훈영)-9점(남수현)-10점(임시현)으로 57점을 얻었지만 네덜란드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네덜란드는 9점-10점-9점-10점-10점-10점으로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58점으로 한국을 제쳤다.
한국은 패배 위기에서 일단 4엔드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전훈영-남수현-임시현이 각각 1~3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4~6발도 10점-9점-10점으로 총 59점을 얻어 51점에 그친 네덜란드를 8점 차로 앞서면서 4-4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선수들이 한발씩만 쏜 뒤 총점으로 우위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갈렸다. 전훈영 9점-남수현 10점-임시현 7점으로 한국이 26점, 네덜란드가 8점-7점-8점으로 23점에 그치면서 한국이 마지막 순간 웃었다.
천신만고 끝에 네덜란드를 꺾고 오른 결승에서 태극궁수들은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왜 한국 여자 양궁이 세계최강인지 전 세계 앞에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외신들은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여자 개인전의 경우 한국이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놓칠 거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단체전에선 모든 언론이 금메달에 '코리아' 이름을 올렸다.
에이스 임시현을 제외한 남수현, 전훈영의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모든 걸 결과로 말해줬다. 중국을 압도하고 당당히 금메달윽 목에 거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랭킹 라운드부터 이미 중국보다 한 수 위임을 증명했다. 임시현이 694점을 기록, 3년 전 도쿄에서 안산이 기록했던 올림픽 기록 680점은 물론, 5년 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에서 강채영이 기록한 세계기록 692점도 2점이나 올린 새로운 세계기록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기록과 세계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고 새로운 양궁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남수현도 688점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2위를 기록하며 개인전, 단체전에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전훈영도 초반 난조를 딛고 최종 664점으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체전에서도 50점이나 앞섰기 때문에 실력에선 중국보다 앞선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가슴 졸이는 순간 승리를 쟁취했다.
사실 한국은 중국에 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에이스 임시현의 경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며 국제대회 경험을 축적했지만 남수현과 전훈영의 경우는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이번 파리 올림픽 알두고 치른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놓치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 홈인 상하이는 물론 한국 예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중국에 패하며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4월 상하이 월드컵과 5월 예천 월드컵에서 랭킹 라운드는 모두 1위를 차지했음에도 토너먼트 결승에서 각각 세트스코어 2-6, 4-5(슛오프)로 졌다.
다만 가장 최근 열린 6월 튀르키예 안탈리아 월드컵에선 랭킹 라운드 3위를 하고도 일본, 프랑스를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제치며 우승했다. 중국은 오히려 이 대회 랭킹 라운드 1위를 하고도 토너먼트 첫 판에서 말레이시아에 충격패, 전력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을 알린 셈이 됐다.
결국 한국 여자 양궁이 옳았다. 어려울 때마다 10점을 쏘아대며 승리를 이끄는 힘이 한국 여자 양궁을 강하게 만들었다. 결승에서 중국을 또 한 번 삼켜냈다. 중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 결승에서 또 한 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올림픽 여자 단체전 5번째 은메달을 기록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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