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양극화하는 미국 대선, 복잡해진 한국 셈법
오는 11월 치러지는 이번 미국 대선처럼 ‘최초’가 많은 선거도 처음이다. 최초로 기소되고 유죄 평결까지 받은 전직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면책 특권 인정 덕분에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선거 이후로 미루는데 성공했다. 현직과 전직 대통령이 다시 맞붙은 경우는 1892년 대선 이후 최초였지만, 대통령의 중도 사퇴로 부통령이 나서는 또 다른 최초 사례가 만들어졌다.
지난 6월의 첫 TV 토론을 먼저 제안했던 후보가 토론 패배 후폭풍으로 후보 자격을 반납해야 했다. 전당 대회 직전 주말에 유례없는 피격을 당하면서 분열의 상징이었던 후보가 갑자기 통합의 기수를 자처했다.
■
「 바이든 사퇴로 양극화 대선 복원
향후 미국 대외 정책 역시 불안정
미국 내부 변화 주시해 대응해야
」
곧이어 라이벌 정당의 후보가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교체됐다. 각자 할 말만 하는 민주당이 질서 정연하게 한 목소리로 새 후보를 옹립한 것도 처음 본다. 100일 가량 남은 미국 대선에 앞으로 또 다른 최초 변수가 추가로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올해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두 가지 익숙한 선거 원리 중 어느 쪽이 압도하느냐의 문제다. 첫째 동력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지금 미국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인플레이션이다. 장바구니 물가와 주거 비용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9%에서 3%로 떨어졌다면서 올해 초 민주당이 바이드노믹스를 띄워 보려다가 바로 포기한 이유도 민심의 역풍 때문이었다. 높은 물가와 석유 파동에다 무능한 이미지까지 겹쳤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1980년 재선 실패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막무가내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끌려가는 듯 어정쩡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은 청년 유권자들을 대거 돌아서게 만들었다. 인슐린 비용을 한 달에 최대 35달러까지로 낮춘 인플레이션 감축법 조항이 자신의 최대 치적인데도 이를 더듬거리는 대통령의 최악 토론회는 급기야 대선까지 망칠 것을 염려한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촉구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앞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한 통 속으로 묶는 데 역점을 둘 전망이다.
둘째 동력인 정치 양극화는 반대 방향이다. 경제가 아무리 나빠도, 국경이 아무리 뚫려도, 나라 밖 전쟁을 놓고 국론이 아무리 갈려도,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꼴만은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유일한 투표 동기였다.
그런데 공화당 전당 대회 직전의 트럼프 암살 시도와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의 사진은 바이든의 실낱같은 동기마저 무력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의 전격 퇴장은 다시 양극화 선거로 끌고 갈 동력을 복원시켰다. 트럼프 집권 4년을 다시 견딜 수 없다는 양극화 시대 민주당의 절실함이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를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었다.
역량은 다소 부족해도 새 후보 해리스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SNS 밈(meme)을 중심으로 뜨겁다. 8월 중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구국의 아이콘으로 추앙될 바이든과 눈물 흘릴 대의원들, 뜨거운 연설로 분위기를 달굴 오바마, 단합을 외치면서 일단 해리스 중심으로 뭉칠 차세대 민주당 주지사들은 대선을 다시 경쟁 모드로 돌려 놓을 것이다. 결국 민주당 전략은 투표율 제고와 조기 선거 독려다.
선거의 나라 미국에서 선거의 혼돈은 정치와 외교의 혼란을 의미한다. 심각한 양극화를 겪는 미국이 향후 보여줄 대외 정책 역시 불안정하다. 공화당이 비개입주의와 방위비 부담 증액 주장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민주당은 동맹 중심과 가치 연대 쪽으로 전환하는 정당 재편성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의 개인기 외교를 미국의 체계적 외교로 전환시킬 셈법을 강구 중이다.
중도파가 줄어들고 진보파가 대세인 민주당의 경우 중국 견제에는 동의하지만 적대시할 의도까지는 없어 보인다. 기후위기 협력과 국방 예산 삭감을 위해서다. 미국 현지 생산과 보호 무역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지만 정부 재원을 사용하는 바이든 방식이 미래에도 재연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바깥 세상을 변화시켜 온 글로벌 리더 미국이 내부로부터 급변 중이라 한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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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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