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한동훈 대표의 과제
여당 역할 복원하려면 실종된 개혁 정책 되살려야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여당 의원들도 내용 잘 몰라
여야 이견 적은 연금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63%로 압승했다. 한동훈 대표는 1973년생, 92학번이다. 2021년에 당선됐던 1985년생 이준석 대표 이후 가장 젊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역대급으로 젊다. 민주당 역사를 포함해도 매우 젊은 대표다. ‘보수발 세대교체’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성공하는 당 대표가 되려면 본인이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간 ‘용산 눈높이’를 더 중시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총선 참패로 연결됐지만 이후에도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대표가 됐다고 여당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정부의 대국민 신뢰도는 레임덕 수준이지만 실제 임기는 아직 절반도 넘지 않았다. 2024년 11월이 돼야 임기 절반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살아 있는’ 권력이다. 레임덕 상태인데, 살아 있는 권력. 국민의힘이 마주하고 있는 딜레마의 본질이다.
윤석열정부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책적 이슈와 정무적 이슈다. 언론을 통해 더 많이 이슈화되는 것은 채 해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이슈다. 그러나 정무적 이슈가 ‘더 크게’ 보였던 진짜 이유는 윤석열정부가 ‘정책적으로’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녹색성장, 공정사회를,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 기초연금 확대, 공무원연금 개혁, 임금피크제 등을 추진했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아내를 사랑하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하려는 정부인지 알기 어렵다. 임기 초반에는 3대 개혁을 표방했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정부 발의 입법은 없다. 3대 개혁의 내용을 아는 여당 국회의원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 대표 체제가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한 축은 정무적 이슈를 풀어야 한다. 채 해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다. 다른 한 축은 정책적으로 ‘여당다운 여당’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을 보유한 정당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부를 책임지는 정당이다.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정운영을 하려고 존재한다. 대통령은 보유하고 있지만 국정운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런 여당에 지지를 보내줄 이유는 없다.
한 대표가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윤석열정부가 표방했던 3대 개혁, 그중에서도 연금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법 제4조는 5년마다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보험료 조정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실제로 실천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한 명밖에 없다. 그 이후 대통령은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
현행 국민연금은 저부담-중복지로 설계돼 있다. 낸 돈(보험료) 대비 약 2배의 돈을 받는다. 다음 세대에게 전가되는 구조여서 가능하다. 연금개혁의 기본 방향이 ‘더 내는 것’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일례로 2060년에 청년들이 부담하게 될 필요보험료율은 29.8%다. 현재 보험료율은 9%다.
노무현정부의 2007년 연금개혁은 한국 정치사에서 협치의 모범사례다. 노 대통령은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추진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치공학적으로 비난만 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면 연금개혁에 동참하겠다고 역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역제안을 수용했다. 협상은 타결됐고, 그렇게 연금개혁은 성공했다. 2007년 연금개혁으로 기금소진 시점은 늦춰지게 됐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으로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줄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는 협치, 세대적으로는 공정, 계층적으로는 하후상박(下厚上薄) 연금개혁이었다. 그후 14년이 흘러 다시 연금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연금개혁은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아 합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정치가 공학이라면 정책은 책임이다. 국민의힘이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무능과 무책임이다. 책임을 다하는 게 유능함이다. 한 대표가 해야 할 일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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