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MAGA vs MALA

2024. 7. 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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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107일 남기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바이든이 참패한 TV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7%는 해리스에 대해 '의견 없음', 6%는 '들어본 적 없음'이라 답했다.

미국 대선은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는 미국 내 일자리 보호와 동맹과의 안보 협력을 정책 기조로 내세웠던 바이든의 공약을 대부분 계승하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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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107일 남기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후 민주당에 기부금이 쇄도하고, 당 원로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사퇴 직후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차이는 2% 내외로 좁혀졌다. 해리스가 앞섰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더 쉬운 상대라 했지만, 대선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 상태가 됐다.

미국 유권자가 아직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해리스라는 인물이다. 바이든이 참패한 TV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7%는 해리스에 대해 ‘의견 없음’, 6%는 ‘들어본 적 없음’이라 답했다. 워싱턴 무대에 등장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어젠다를 대부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은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정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는 미국 내 일자리 보호와 동맹과의 안보 협력을 정책 기조로 내세웠던 바이든의 공약을 대부분 계승하리라 예상된다. 실상 그간 바이든 정부가 해온 것을 보면 민주당의 정책도 미국 우선주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해리스는 과연 민주당 진영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그의 등장으로 민주당과 지지층의 단합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지금은 바이든 사퇴가 주는 안도감과 일종의 허니문 효과로 기대가 높지만 조만간 해리스-트럼프 대결 구도가 정착하면 검증이 본격화할 것이다. 해리스가 11월에 트럼프를 꺾으려면 극복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통령으로서의 미약한 존재감, 잦은 말실수, ‘웃는 카멀라(laughing Kamala)’라는 조롱 등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낼 정도의 변신이 가능할까?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과 구별되는 대선 후보 정체성을 얼마나 확립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여전히 민주당 열세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경합주에서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 그리고 여성·흑인·아시아계라는 위상을 활용해 부동층 표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까?

예상 밖의 해리스 돌풍에 놀란 트럼프는 그를 ‘거짓말쟁이’ ‘무능한 극좌 부통령’ ‘급진 좌파 미치광이’ 등으로 부르며 맹비난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해리스를 ‘DEI(민주당의 가치인 다양성, 공평성, 포용성을 의미) 하수인’으로 규정하고 척결 대상으로 선언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재빨리 해리스 관련 밈을 퍼나르고 있다. 교육 형평성을 강조하다 ‘너희는 어느 날 갑자기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진 게 아니야’라고 했던 말에서 나온 ‘코코넛트리’는 Z세대 가수 찰리 XCX의 히트 앨범 ‘브랫(Brat)’과 합쳐져 젊은 층이 열광하는 밈 소재가 됐다. 공화당은 해리스의 헤픈 웃음을 겨냥해 실없고 가벼운 사람이라 폄훼했지만 지지자들은 오히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MALA(Make America Laugh Again)로 응수했다.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암살 시도가 벌어질 만큼 극단적으로 양극화한 정치 지형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정권을 맡길 정치세력에 대한 선택을 넘어, 그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미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가 됐다. 세대 간 대결의 성격마저 추가됐다. 81세 바이든과 78세 트럼프의 반복되는 노익장 대결에 식상한 청년 세대는 닳고 닳은 워싱턴 주류 정치인에 비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감 있고, 조금 엉성하지만 친근감 있는 59세 ‘브랫’ 해리스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리턴매치에서 갑자기 ‘MAGA 대 MALA’의 새로운 대결로 판이 바뀐 선거. 미국인은 11월에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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