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의 미래를 묻다] 공룡·소행성·라그랑주 점, 그리고 우주 탐험
공룡의 멸종은 어이없이 일어났다. 백악기와 팔레오기 사이 어느 날, 지름 10㎞ 정도의 소행성 하나가 현재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마을 칙술루브 근처 바다로 떨어졌다. 소행성의 충돌로 생긴 강력한 충격파는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체를 소멸시켰다. 하지만 더 큰 재앙은 충격파 이후에 일어났다. 충격파가 대량으로 발생시킨 먼지는 대기권 상층부에 머물며 지구의 기후를 빙하기로 만들어버렸다. 이때 현재까지 살아남은 조류를 제외한 모든 공룡이 멸종했다.(공룡은 새의 조상이다.) 참고로, 이 사건은 ‘백악기-팔레오기(영어 약자로 K-Pg) 대멸종’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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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 멸종의 원인 소행성 충돌
백악·팔레오기 사이 지층 증명
소행성, 인류 위협이면서 자원
2029년 올 아포피스, 한국 탐사
」
공룡 멸종의 증거
우리는 어떻게 처음 소행성의 충돌이 K-Pg 대멸종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수소 거품 상자라는 장치를 이용해 입자 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루이스 앨버레즈와 지질학자인 그의 아들 월터 앨버레즈 부자의 흥미로운 발견에서 시작된다. 우선, 백악기와 팔레오기 경계에서 공룡 화석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은 이미 지질학자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백악기와 팔레오기 경계에 언제나 얇은 진흙층이 동시에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진흙층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1980년, 앨버레즈 부자와 동료들은 진흙층에 매우 희귀한 원소인 이리듐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고로, 지구 표면에서 이리듐의 매장량은 금의 40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반면, 이리듐은 운석에서 흔히 발견된다. 그뿐만 아니라, 진흙층에는 고온에서 암석이 녹아 만들어진 천연 유리와 고압에서 석탄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미세 다이아몬드 등이 발견되었다. 이 모든 사실은 K-Pg 대멸종이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의 충돌에서 기인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1990년,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에서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분화구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소행성의 충돌은 K-Pg 대멸종을 설명하는 정설로 인정받게 된다.
지구 충돌 소행성이 오는 곳
이렇게 무시무시한 소행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소행성은 크게 두 곳에서 온다. 한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이고, 다른 한 곳은 목성의 궤도 위에 존재하는 트로이 소행성 군이다. 기본적으로,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성간 물질들이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겨 작은 소행성을 만들고, 그러한 소행성들이 뭉쳐 점차 더 큰 행성을 형성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목성이 다른 행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무겁다는 점이다. 무거운 목성은 주변의 소행성들이 더 큰 행성으로 뭉치는 것을 방해한다. 더 큰 행성으로 뭉치지 못한 수많은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태양을 공전하며 소행성대를 형성한다.
소행성이 존재하는 또 다른 곳인 트로이 소행성 군은 물리학적으로 매우 특별하다. 우선, 태양과 목성 그리고 소행성과 같이 3개의 물체가 서로 중력으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의 운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이것은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삼체문제는 정확히 풀리지 않는다. 다행히 3개의 물체의 질량이 아주 크게 차이 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잘 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은 목성보다 매우 무겁고, 목성은 소행성보다 매우 무겁다. 이 경우, 태양과 목성이 소행성에 미치는 중력이 사라지는 매우 특별한 곳이 생긴다. 앞서 언급한 소행성대에 속하지 않은 소행성들은 이 특별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특별한 곳의 이름은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이다. 라그랑주 점은 총 다섯 개인데, 그중에서 안정된 두 개의 라그랑주 점은 목성의 궤도 위에 놓인다. 이렇게 목성의 궤도 위 안정된 라그랑주 점에 머물며 목성을 앞뒤로 따라다니는 소행성 무리가 바로 트로이 소행성 군이다.
한·미·일의 소행성 탐사
소행성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매우 큰 위협 중의 하나다. 다행히 인류는 공룡과 달리 소행성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히 발전된 과학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행성은 이리듐을 비롯한 매우 희귀하고 값진 광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만약 이러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구의 자원 문제와 광물 채굴로 인한 환경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소행성의 충돌을 막아 인류를 구하는 일과 소행성의 광물을 이용해 지구의 자원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가 앞으로 우주 탐험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여러 멋진 꿈 중 극히 일부다.
놀랍게도, 이러한 우주 탐험의 꿈은 벌써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3년 탐사선 하야부사(일본어로 ‘매’라는 뜻)를 발사해 소행성에서 샘플을 채취한 후 2010년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를 발사해 소행성 베누에서 샘플을 채취한 후 2023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최근에 출범한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도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할 것으로 예측되는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우주 탐험의 미래가 정말 기대된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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